강한수 신부 지음/240쪽/1만9000원/파람북
성당은 단순히 건물 이상의 공간이다. 구석구석에 역사와 문화, 교리에 관한 의미와 상징, 그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당은 세상의 물질로 만들어졌지만, 하느님의 거처이자 빛이신 그리스도를 담은 공간이다. 강한수 신부(가롤로·의정부 민락동본당 주임)가 로마네스크 성당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로마네스크는 10~12세기 사이 서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퍼진 성당 건축 양식이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이나 프랑스의 몽생미셸 수도원 성당, 영국의 캔터베리대성당 등 신자들뿐 아니라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중세의 대표적인 성당들이 바로 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세워졌다.
책에는 순례지나 여행지로도 유명한 세계의 대표적인 로마네스크 성당이 로마네스크가 발전해온 과정에 맞춰 소개됐다. 강 신부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로마네스크 성당에 담긴 상세한 이야기와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을 만나다보면 어느새 로마네스크 성당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강 신부는 책에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적 측면만을 다루지 않는다. 건축과 그 건물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당대의 철학과 신학, 역사적 배경 등 인문학적 측면을 십분 끌어낸다.
로마네스크는 교회의 신학과 전례, 신앙생활 등의 변화에 발맞춰 형성된 교회의 고유한 건축양식이다. 로마네스크 이전에 성당 건축의 주류를 이뤘던 바실리카 양식은 로마 제국의 공회당 건축을 그대로 성당에 가져온 반면, 로마네스크 양식은 교회의 전례를 위한 공간으로 성당을 만들었다. 교회 고유한 건축양식으로서는 로마네스크 양식이 첫 번째인 셈이다. 심지어 로마네스크 성당 중에는 신학자들이 건축한 곳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건축 전공자들도 신학과 전례를 이해하지 못하면 로마네스크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강 신부는 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늦깎이로 사제의 길을 걷고,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했다. 또 로마 사피엔자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고대 및 중세 건축사 연수까지 받았다. 강 신부는 로마네스크 성당의 건축학적, 인문학적 측면을 다루면서, 나아가 로마네스크 성당을 통해 성당건축이 지향해야할 방향, 이 시대의 신학과 전례, 신앙생활, 공동체를 성당건축에 담는 것의 의미를 깨닫도록 이끈다.
강 신부는 “로마네스크 양식은 교회의 정신이 녹아든 건축양식”이라며 “로마네스크 성당의 정신을 재해석해 오늘날 우리도 신자들이 그리스도를 닮도록 이끄는 성당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성당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도 노력해야겠지만, 성당건축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안목 있는 신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