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라자르협회 제안에 이뤄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초청된 가족, 어린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웃음 짓고 있다. OSV
프란치스코 교황 대화록- 가난한 자의 교황, 세상을 향한 교황 / 시빌 드 말레, 피에르 뒤리외, 로이크 루이제토 엮음 / 성미경 옮김 / 심플라이프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뭘 하시나요?”(폴란드의 바르토시)
“눈을 뜨면 30분 동안은 완전히 좀비 상태예요! 이어 기도를 합니다. 기도 후 바로 미사를 하고요.”
“월급을 얼마 받으시나요?”(인도의 찬드니) “월급이 없지요! 먹을 것은 여기서 줍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요청을 하고요. 멋진 일이에요. 주머니가 비어 있어도 되니까 말이죠.”
“교황님의 단점이 뭐예요?”(프랑스의 마리) “화를 쉽게 냅니다. 뭐랄까, 참을성이 없다고나 할까요···. 가끔 너무 빨리 반응을 해요. 모두 자만심과 연결된 결점들이지요.”
“왜 교회는 예수가 바랐던 것과 달리 더 이상 약자 편에 서지 않는 건가요?”(레바논의 돌리)
“예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교회가 자리를 잡고 제도화된 이후 많은 곳에서 가난한 교회를 더 이상 볼 수 없어요. 과도한 부는 교회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마비시킬 수도 있어요.”
「가난한 자의 교황, 세상을 향한 교황」은 교황의 월급, 사랑, 관심사 등 그동안 누구도 묻지 못했던 사적인 질문부터 불의, 전쟁, 가난과 차별, 종교 문제까지 폭넓은 질문과 그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솔한 답변이 실린 책이다.
질문을 던진 이들의 국적과 환경도 다양하다. 브라질, 프랑스, 이란, 필리핀, 아르헨티나, 레바논, 인도, 스페인, 폴란드, 벨기에 등 세계 각지에서 당도한 질문에는 가난과 질병, 중독 등으로 힘겨운 삶을 경험했고 또 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특별한 만남은 ‘노숙자와 청년 노동자들을 위한 공동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라자르협회’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프랑스에서 시작돼 다른 나라로 확대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협회 설립 10주년을 맞아 로마에서 교황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산되는 듯했다. 하지만 교황은 약속을 지켰다. 2020년 봄, 바이러스 확산으로 소수만이 교황을 대면했고, 일부는 화상으로 참여했으며, 이후에도 전 세계 단체를 통해 전해진 수천 개의 질문을 취합하고 선별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교황은 진지하고 진솔한 태도로 임했으며, 때로는 직설적으로 답하기도 했다. 어떤 질문도 거부하지 않았다. 교황은 또 전 세계에서 도움을 준 자선 단체들에게 저작권을 양도하면서 이 책이 출간될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천명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세요”라던 한 추기경의 조언을 기억하기 위해 교황명으로 가난한 이들의 수호성인인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선택했다. 실제로 그는 추기경 시절은 물론이고 교황이 되어서도 소형차를 타며 소탈하고 겸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방문하는 곳마다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 소외받은 약자들을 챙기는 모습이 화제가 돼왔다.
책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러한 신념과 생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타 종교에 대한 입장, 믿음이 흔들릴 때의 마음가짐, 세계 분쟁에 대한 입장 등 종교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생각, 목소리가 전해진다. 평소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상과 소명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다채로운 질문과 답변을 통해 그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