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주일을 맞아 삶과 가족에 대해 되새길 수 있는 책들을 골라봤다.
태아 맞이 축복 기도 / 김경순 수녀 지음 / 바오로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사도적 서한 「여성의 존엄」) 18항과 19항을 보면, 태아의 생명은 어머니 태 안에서 생리학적(유전론), 심리학적(태내 환경론)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과정 모두가 하느님 자녀들의 등장, 즉 새로운 아기의 인간성 자체를 조건 짓는다고 함으로써 태아 맞이 준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19쪽)
‘태아 맞이’란 무엇일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 생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순(사랑의 씨튼수녀회) 수녀가 쓴 「태아 맞이 축복 기도」는 하느님이 부부에게 부여하시는 새로운 사명이 무엇인지 알고 느끼도록 이끄는 안내서다. 책은 태아 맞이란 무엇이며, 태아 맞이 준비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임신 준비부터 임신 기간 부부가 함께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3부에는 임신 후 열 달 동안 태아의 성장 단계별로 바치는 기도, 성경 말씀과 묵상, 감사와 은총을 청하는 엄마와 아빠의 기도, 그리고 사랑하는 아기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예비 부모들이 거룩한 은총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도록 안내한다.
건달바 지대평 / 구자명 지음 / 나무와숲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기 힘든 「건달바 지대평」은 1997년 건달의 삶과 철학을 녹여낸 단편 「뿔」로 등단한 구자명(임마쿨라타) 작가가 그 후 25년에 걸쳐 쓴 건달 연작 6편을 묶은 책이다. ‘건달바’는 향기만 먹고 살며 음악을 관장하는 천신으로, 우리말 ‘건달’의 어원이기도 하다.
아버지(구상 시인, 요한 세례자)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유난히 예술가형 인간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작가는 “그들이 자신의 예술에 골몰한 나머지 외양적으론 건달과도 같은 삶을 영위하는 경우를 흔히 접했고, 그들과 비슷한 과(科)로 분류될 만한 철학자형 또는 종교가형 인간들을 근거리에서 살펴볼 기회 또한 적지 않았는데, 어느 시점에 별나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나와 별다른 존재가 아니며, 그들과 함께할 때 내가 가장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는 건달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주인공 ‘지대평’은 자칭 건달이다. 비명횡사한 아버지와 과로사한 형의 죽음을 계기로 ‘무엇을 기를 쓰고 성취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의 인생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살겠다’고 결심한 뒤 줄곧 ‘건달’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삶의 방법으로 시작해 삶의 의미, 본질, 가족과 사회 문제 등 결국 예술부터 종교, 철학이 다루는 모든 주제를 건달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 이병인 장유니 지음 / 아이러브 북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오랜 세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되기는커녕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혼돈의 장에서 두 마음을 하나로 모아 책을 출간한 부부가 있다. 바로 시인 이병인, 장유니씨다. 제목인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는 성경의 한 구절로, 개신교 신자이면서 부부 시인으로 활동 중인 이들의 깊은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시집이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에서 “하나의 성구를 뽑아 각자 같은 구절을 묵상해 서로 다른 자기만의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한 한 편의 신앙시이자 생활시이며, 일상의 삶이 구체적으로 녹아 있는 아름다운 영성의 러브레터”라고 전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