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한 지음/이형규 신부 옮김/224쪽/1만8000원/가톨릭출판사
1980년대 초반 개신교 목회자의 길을 걸던 저자는 신학적으로 확고하게 반가톨릭주의자였고, 편견에 사로잡힌 채 아주 열렬히 가톨릭을 반대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 부활절 바로 전 주일 예배 중, 목사가 던진 질문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여정을 시작한다. 예수님의 십자가 위 마지막 말씀 ‘다 이루어졌다’에서 “무엇이 다 이루어졌다는 것인지?” 목사는 물었고, 저자는 계속 그 답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이 책은 미국의 성서학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스콧 한이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마치 추리 소설에서 탐정이 사건을 아주 작은 단서에서부터 찾아 나가듯,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며 최후의 만찬과 예수님 마지막 말씀의 비밀을 풀어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저자는 최후의 만찬이 있던 ‘파스카’ 축제 날의 유래에서부터 희생 제사를 가리키는 구약 성경의 예형, 파스카 만찬을 구성하는 음식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또 파스카 음식의 의미는 무엇이고 교부들 해설과 예수님께서 마신 잔을 함께 마신 이들 증언은 어떠했는지 등 성경 전체에 걸쳐 그 신학적 실마리를 꼼꼼히 살핀다.
가톨릭 ‘미사’가 ‘신성 모독’임을 증명하기 위해 교부들이 쓴 수많은 문헌을 연구하고, 자신의 주장이 옮음을 증명하기 위해 조사를 했던 그는 마침내 성경의 수많은 내용과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 관습이 미사를 통해 정점에 이르고 완성됨을 발견한다. 또 십자가의 희생 제사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과 맺으신 계약을 기념하는 파스카 축제 때 마시는 네 번째 잔의 완결임을 깨닫는다. 아울러 최후의 만찬과 예수님의 골고타 십자가 죽음이 서로 연결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1부 ‘파스카에 얽힌 비밀을 찾아서’, 2부 ‘파스카의 신비를 마주하다’로 전개되는 책은 파스카 신비와 미사의 뜻을 새롭게 마주하도록 이끈다. 코로나19로 신앙생활이 위축되고 전례와 성사에 대한 의미도 약해졌다는 우려 속에서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가톨릭 교회 교리서 1324항)임을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스콧 한은 1986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형규(요셉) 신부(부산교구 교구장 비서)는 옮긴 이의 말에서 “성찬례라는 예수님의 파스카 완결이 하느님 계약이 가져다주는 선물이며, 지금 이 순간을 포함한 모든 시대 사람을 어루만지는 선물임을 깨닫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