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상은 전에 없던 변화로 가득 차 있다. 최근의 모로코 강진, 하와이 화재 등을 비롯한 심각해지는 환경 위기, 자유분방한 시장 중심 경제, 공동선에서 멀어지는 정치, 취약한 이들을 점점 더 소외시키는 의료 시스템 등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유럽 심장을 강타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사건은 앞날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내려놓게 했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팔짱만 끼고 이를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이 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세상의 어려움에 맞서 온 인류 가족이 함께 힘쓰도록 부탁하는 열 가지 주제를 소개하고, 이를 심화하는 제안을 한다. 주제는 학대 문화를 비롯한 환경, 언론, 정치, 건강, 전쟁, 이주민과 난민, 여성 문제 등이다.
책은 2013년 3월 13일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10주년 기념으로 발간됐으며 주제에 따라 10개 장으로 구성됐다. 소개된 주제들은 즉위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 왔던 핵심 메시지들이기도 하지만, 모든 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인류 공동의 문제다.
학대 문제와 관련해 교황은 “‘미성년자에 대한 성 학대의 상처는 안타깝지만, 모든 문화와 사회의 역사 안에 만연한 현상이다’라면서 이러한 범죄를 정당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피해자들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마음을 열어 그들의 치유 과정에 동행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다.
여성에 대해서는 “교회 내에서 보다 확실하게 여성을 위한 자리를 확대하는 동시에 여성들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여성의 방식과 특성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그저 여성을 전시하고자 하는 유혹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오늘날 전쟁, 전염병, 경제 위기, 환경 위기는 세상을 뒤흔드는 폭풍우 치는 바다의 일부에 불과하고, 이 위험은 도전에 맞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인 형제애의 배에 함께 올라탈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한다.
교황은 우리 인류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면에서, 이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해야 희망의 길로 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열 가지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가지 통계와 자료, 예술가나 사상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가톨릭 교리와 역대 교황의 가르침을 사용하며 흥미롭고도 풍성하게 이야기를 펼쳐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제시된 주제 내용들이 어렵고 나와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을 번역한 이재협(도미니코)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담당)는 “인류가 한 가족이기 때문에 다양성은 불화의 원인이 아니라 더 풍요로운 인류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교황님은 우리에게 간곡히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제 눈으로 할 일은 끝났다. 이제 마음의 일을 시작하라. 네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그 일을”이라고 한 독일 시인 릴케의 말을 인용하며 주제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우리의 사명은 21세기가 그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입니다. ‘모두 다 똑같아, 아무것도 더 나은 게 없어’라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시길 하느님께 청합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