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에 놓인 ‘산타클로스의 선물이 무엇일까’ 하는 설렘은, 산타클로스가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으레 놓여있을 종합선물세트를 기대하며 행복한 아침을 맞이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12월이 다가오면 황홀한 일루미네이션,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은 여전히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어둠을 뚫고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에 세상 사람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과 기쁨을 나누고, 영화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작품을 제작하며 그 즐거움에 한몫을 더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소재로 한 영화 ‘폴링 포 크리스마스’가 공개됐다. 로맨스에 유쾌하고 따뜻한 감동을 주는 가족영화다.
주인공인 부잣집 외동딸 시에라(린제이 로한 역)가 스키장에서 사고로 기억을 잃고, 좋은 인성을 가진 제이크와 만나 기억을 되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제이크와 그의 가족의 따뜻한 사랑이 철부지였던 그녀를 변모시킨다는 이야기이다. 호텔 재벌인 아버지 덕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중을 받으며 살아와서 혼자서는 침대 정리조차 못 해 제이크 가족을 힘들게 하지만, 제이크의 딸과 할머니가 시에라를 감싸주고 다양한 면을 보고 익히게 하여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편 제이크가 운영하는 소규모 스키 리조트는 대형 호텔식 리조트에 밀려 폐업 위기에 처하는데, 그동안 다녀갔던 손님들이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자선 모금 마련에 동참한다. 예전에 이곳에 머물렀을 때 제이크가 베풀었던 친절로 그들은 행복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그 은혜를 갚을 수 있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동화 속 동심의 세계에 온 것처럼 미래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며, 선행은 결국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기적을 보여준다. 제이크의 전통적인 스키 리조트는 마을의 유적지로 선정되어 지원도 받게 된다. 어려움이 닥쳐도 손님들에게 행복을 주려고 하루하루 노력했던 삶의 결과가 마치 크리스마스의 아침 선물과 같이 현실이 되어 기쁨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시에라의 삶에 전환점이 된 것도 혼자서만 누렸던 호화로운 생활보다 힘든 상황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나누었던 제이크의 삶이 훨씬 행복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에라는 제이크의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아버지의 재력으로 직원들에게 수발을 받았던 삶이 공허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경제력이 행복의 척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한 것 같다.
제이크의 딸과 할머니가 크리스마스트리에 소원을 쓴 카드에 마을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마법을 걸어 관객에게 기적의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암시하는데, 시에라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아버지로부터 독립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 또한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을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사랑을 위해 실천할 때 더 큰 행복이 온다는 사실을 시에라가 깨달은 것과 같이, 우리도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 시기 동안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사명은 무엇인지, 자신의 참모습을 되찾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어 행복한 성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11월 10일 넷플릭스 공개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