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안젤라의 크리스마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안젤라의 재」라는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프랭크 맥코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때는 1914년 크리스마스 이브, 안젤라는 아일랜드 리머릭에 사는 여섯 살짜리 꼬마 숙녀로 홀어머니 밑에서 두 명의 오빠 톰과 팻, 그리고 여동생 애기와 함께 살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안젤라의 어머니는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 미사에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분주하다. 워낙 가난했던 터라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애기에게 입힐 옷이 맞지 않아 어머니가 난감해 하자, 안젤라는 자기 코트를 벗어 동생에게 내어준다. 그러자 어머니는 차남 팻에게 코트를 벗어 안젤라에게 넘겨주라 하고 장남 톰에게는 팻에게 코트를 벗어주라 한다. 팻은 그러기 싫었지만 마지못해 안젤라에게 코트를 내어주고, 품성이 착한 톰은 군말 없이 팻에게 자기 코트를 벗어주었을 뿐 아니라 엄마가 추울까 봐 엄마가 벗어주려는 코트를 거절한다. 그러자 엄마는 목도리라도 걸치라며 톰에게 둘러준다.
겨우 성 요셉 성당으로 떠날 채비가 된 다섯 식구는 추운 겨울 밤거리를 총총히 걸어간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잠시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다. 가난했지만 신앙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으셨던 어머니를 따라 동생들과 함께 성당을 다녔던 추억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그런 시절을 살았던 신자분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일 것이다.
곳곳에서 기침하는 신자들의 소리가 들릴 정도로 매우 추웠던 성 요셉 성당 안에서 안젤라는 벌거벗은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양팔을 벌리고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 예수를 발견한다.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로 아기 예수가 독감에 걸리겠다고 속삭인다. 옆에 있던 엄마가 조용히 하라고 핀잔을 주자 “아기가 추워요” 하고 말해보지만 엄마는 안젤라가 또 철없이 떠드는 거라 생각했는지 연신 조용히 하라고만 한다. 신부님 강론 중에도 한참을 걱정스럽게 아기 예수를 바라보던 안젤라에게 갑자기 아기 예수를 집에 데려가서 따뜻하게 해줘야겠다는 계획이 떠오른다. 안젤라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아멘을 외친다. 미사가 끝난 후 몰래 성당에 숨어 들어가 아기 예수를 데리고 나온 안젤라, 그때부터 안젤라와 아기 예수 앞에는 긴장과 재미를 자아내는 수많은 문제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2019년 에미상 세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이 작품은 다미엔 오코너 감독의 훌륭한 연출과 탄탄한 원작 스토리 덕분에 보는 내내 재미가 있었다. 아기 예수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그를 따뜻하게 해주려는 안젤라의 노력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주님과의 대화’라는 기도의 정석을 안젤라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기회이기도 했다. 이처럼 ‘안젤라의 크리스마스’는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면서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그 후 1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후속작 ‘안젤라의 크리스마스2’도 서비스되고 있으니 함께 시청하면서 더 풍성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시길 바란다.
강언덕 신부
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상임위원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