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기뻐하고 땅은 즐거워하며 바다와 그 안에 가득 찬 것들은 소리쳐라.(시편 96,11)
지난 2009년 개봉한 ‘아바타’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인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했다. 첫 번째 영화에서 판도라 행성에서 벌어지는 인류와 원주민 ‘나비족’의 대립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15년 뒤를 배경으로 주인공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이크 설리가 나비족을 이끌어 지구의 기업 RDA(자원 개발 관리단)를 몰아내고 판도라 행성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 사이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행복한 가족의 삶이 이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RDA가 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돌아오고, 제이크 설리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함께 숲의 부족을 떠나게 된다.
그들은 긴 여행을 거쳐 물의 부족 ‘멧키이나’의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제이크 설리의 가족은 살갑지는 않지만, 그곳에서 지내면서 낯선 바다에서 사는 법을 배운다. 잠수하기 위해 천천히 호흡하기, 새로운 바다 생명체와 친해지기, 더 나아가 바다와의 교감을 알게 된다.
RDA는 제이크 설리 가족을 쫓아 물의 부족이 사는 섬 지역까지 오게 되고, 마을마다 찾아가 주민들을 위협해 그들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급기야 먼 바다에 나왔던 제이크 설리의 아이들이 RDA에 잡히고, 제이크 설리는 물의 부족과 함께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환경, 가족, 이주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주요 배경인 바다를 통해 보여주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이다. RDA는 큰돈을 벌기 위해 고래를 닮은 ‘툴쿤’을 사냥하는데, 이 장면은 용연향을 얻기 위해 향유고래를 무분별하게 남획했던 흑역사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반해 물의 부족은 툴쿤을 사냥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형제·자매로 여기고, 함께 헤엄치고, 그들과 교감한다. 제이크 설리의 둘째 아들 ‘로아크’가 자신을 구해준 툴쿤 ‘파야칸’을 치료해 주고 친구가 되는 장면은 다른 생명체이지만 서로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생태적 삶의 이상을 보여준다.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바다가 계속 병들어가고 있다. 바다 생태계는 남획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미세 플라스틱, 기름 유출 등으로 오염은 심각하다. 태평양 한가운데 한반도보다 큰 쓰레기 섬이 떠다니고 있고,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우리 몸속에 미세 플라스틱을 축적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을 보존할 수 있는가?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바다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생태적 회심을 강조하신다. 스스로 덜 소비하고, 덜 버리고, 버려진 쓰레기를 주울 수 있는 삶의 실천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2월 14일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