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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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98)다음 소희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비극적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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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의 소득은 생명에 이르고 악인의 소출은 죄악에 이른다.(잠언 10,16)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상영된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는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영화이다. 2017년 대기업 통신회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얼마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한 고등학생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춤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애완동물과 3학년 주인공 ‘소희’는 담임의 권유로 대기업 자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다. 대기업 사무직원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소희가 간 곳은 한 통신회사의 외주 콜센터였고, 가볍게 일을 배우는 시간이 지나자 다른 직원처럼 고객의 해지를 최대한 막아야 하는 실적을 강요받게 된다.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살았던 소회는 이 회사에 다니면서 달라진다. 전화 상담원에 대한 고객들의 도가 넘는 언어폭력도 견디기 쉽지 않은 데다 힘든 상황에서도 늘 지지해주던 이준호 팀장의 죽음은 큰 충격이 된다. 소희는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이준호 팀장의 죽음을 비리나 윤리적인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회사에 개인적으로 저항해 보지만 결국 침묵할 수밖에 없게 된다.

소회는 점점 메말라간다. 처음의 활기찬 모습은 더 이상 보기 어렵고, 말수도 적어진다. 미친 듯이 실적에 매달리다가 제때 상여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에 분노하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고객을 응대하다가 새 팀장과의 갈등이 커져 싸움까지 하게 되고 징계로 정직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소희는 친구와 헤어진 뒤 어딘가로 향하면서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전반부라면 영화의 후반부는 소희를 스쳐 지나갔던 형사 ‘유진’이 소희의 사건을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단순한 자살인 줄 알았는데, 유진은 소희의 부모님과 친구, 직장 동료들, 학교의 선생님을 만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누구 하나 소희의 어려움을 알아보지 못했고, 기성세대는 미성년자인 소희를 보호해 주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취직률에 매달리며 소희가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고, 회사는 현장실습생 명목으로 저임금에 소모적인 감정 노동을 시키면서 소희 성격의 문제라고 그녀의 탓으로 돌린다. 왜 춤을 좋아하는 소희가 애완동물과를 다니다가 콜센터라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내몰리게 되었는지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영화의 제목인 ‘다음 소희’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소희와 같은 아이들이 다시 생겨날 수 있음을 말한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가 같은 이유로 아이들의 희생이 반복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젊은 세대에게 점점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이 시대에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펼치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땀 흘려 일하고, 그 노동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노동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세상을 만들어 갈 때 우리는 모두 신성한 노동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2월 8일 극장 개봉

 

 

 

 

 

 
 

 


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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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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