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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3일 서울시청에서 청소년부모 권익증진 포럼 ‘부모에도 나이가 있나요!?’가 열렸다. |
9월 23일 서울시청에서 청소년부모 권익증진 포럼 ‘부모에도 나이가 있나요!?’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문가, 담당 실무자, 청소년부모 당사자 등 70여 명이 참석해 관련 현안과 정책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모색했다.
교육의 부재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성정현 교수는 청소년부모의 임신과 출산, 양육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 청소년아빠 2명과 청소년엄마 5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공유했다. 면접에 참여한 청소년부모의 최종학력은 모두 고등학교 졸업 이하였다. 성 교수는 이에 대해 “청소년부모 대부분은 원가족이 빈곤한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의 학벌주의 시스템에서 이들의 최종학력을 볼 때 청소년부모 역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서동용(국회 교육위원회) 의원이 국정감사를 위해 교육부, 교육청,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부모에 대한 교육지원은 어느 부처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한부모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검정고시학습비나 고교생학습비도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가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관련 비용을 지원받은 청소년한부모 가구 수는 13가구에 그쳤다. 생활비를 버는 동시에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하면서 아이 돌봄까지 받을 수 있는 위탁교육기관도 있지만, 이 또한 미혼모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하느라 돌봄 부담이 적은 청소년아빠라면 학교 밖 청소년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해도 청소년미혼부는 갈 곳이 없다.
이에 교육부는 “미혼모 대상 위탁교육기관에 청소년미혼부나 청소년부모를 받으면 안 된다는 지침은 없다”며 “기관 방침에 따라 이들도 교육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만난 청소년부모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각지대의 청소년부모청소년부모가 ‘혼인했으니 사정이 더 낫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성 교수는 “청소년미혼모는 시설이라도 있으나 청소년부모는 머물 곳이 없어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 노숙하는 경우도 봤다”며 “이 같은 사례를 볼 때 청소년부모는 청소년미혼모에 비해 더욱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라 적극적인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유미숙 대외협력국장도 청소년부모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단법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2007년 리처드 보아스 박사에 의해 설립된 이후 국내 미혼모 지원에 앞장섰으나, 청소년부모의 사례를 접하고 이들에 대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유 국장은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 원가족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월세와 오토바이 대여비가 체납되어 독촉받는 청소년부모가 있었다”며 “이들을 발굴했을 당시 먹을 음식이 없어 음식 재료를 지원하고,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 긴급주택에 살게 했다”고 말했다.
사례 관리와 전산화의 필요성이렇듯 대다수의 청소년부모는 주거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주현씨 또한 청소년한부모로 살면서 가장 막막했던 순간으로 “아이와 살 집을 마련할 때”를 꼽았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상담을 통해 LH청년전세임대를 신청하고 주거보증금을 받아 수언군과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긴 했지만, 이처럼 청소년은 주변인의 도움이 없다면 집은커녕 수급비 신청하는 법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수언이와 자립하기 위해 지원 제도를 열심히 공부한 그 또한 수급비를 신청하러 주민센터에 갔을 때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 주민센터 직원조차 매년 달라지는 지원제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혼자 갔을 땐 안 된다고만 하더니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관계자와 동행하니까 한 번에 해결됐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조사 결과 청소년한부모 가운데 43.4가 ‘지원을 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아간다’고 답했다”며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허 조사관에 따르면 청소년한부모가 근로를 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142만 원 정도다. 근로할 경우 237만 4000원까지 늘어난다. 그러나 청소년한부모 중 이를 제대로 누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주민센터 직원조차 모르는 지원 제도를 청소년이 알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전산화와 사례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허 조사관은 “아일랜드 사례를 보면 이렇게 청소년부모가 주민센터 등을 쭈뼛거릴 필요 없이 전화 한 통이면 기관 담당자가 찾아와 모든 서비스가 연결되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은 청소년, 어른이 아냐이외에도 청소년부모를 돕기 위해 사회가 해결해야 할 사안에는 양질의 일자리 연계, 돌봄 제도, 양육 물품 및 이동수단 제공 등 확충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끝이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제도를 정비할 때 기억해야 할 점은 “서비스 지원이 아닌 청소년 권리 보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소년부모는 청소년이지만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어른의 책임을 강요받고 있다. 현재의 지원 제도는 주로 청소년부모 당사자보다 그 자녀나 부모로서의 성장과 발달에 집중하고 있다.
유 국장은 “청소년부모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 청소년한부모냐 청소년부모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청소년은 그 시기의 과업을 달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허 조사관 또한 “청소년부모가 만 18세 미만인 경우 아동복지법상 여전히 아동에 해당된다”며 “청소년부모 당사자가 부모로서 성장하게 하는 것과 그 자녀가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부모 또한 어른이 될 때까지 긴 여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청소년의 권리를 누리며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오나 학교 교장 정수경 수녀 인터뷰
청소년부모에게는 ‘들여다보는 어른’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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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오나 학교 학생들이 이유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
자오나 학교 교장인 정수경 수녀는 2014년 개교 당시 담임 선생님으로 부임해 오늘날까지 청소년미혼모 등을 보살피고 있다. 그가 곧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 묻는다. “나가서도 잘할 수 있지?” 학생으로부터 “네~!”라는 씩씩한 답변이 돌아왔는데도, 걱정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아직 애니까요. 밖에서는 혼자 살아가야 할 텐데, 졸업해도 꾸준히 연락하고 도움을 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마냥 감싸고 있을 수는 없는 이유, 결국 사회로 나가야 하기에 학생들이 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오나 학교의 정원은 7명이다. 현재는 강유빈씨를 포함해 청소년미혼모 2명, 학교 밖 청소년 2명이 생활하고 있다. 꾸준히 홍보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쉽게 오지 않는다. “청소년부모 중에는 어른을 믿지 않는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원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든지 온전치 못한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아서요.” 동시에 사랑에 목말라 있기도 하다.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연인에게서 채우려 해요. 그러나 그렇게 만난 상대도 가출청소년이거나 20살 차이 나는 성인, 폭력을 휘둘렀던 사람 등이었어요. 오죽하면 교과과정에 연애 수업을 넣어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로요.” 말하는 정 수녀의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진다.
이런 청소년부모에게 진정 필요한 건 ‘참견하는 이웃 어른’이다. 정 수녀는 “경제관념이 없어 수급비 같은 목돈이 생기면 다 써버리는 경우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 원가족이 수급비를 뺏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돈을 많이 주는 것보다 들여다보는 어른이 절실한 이유다. “사랑을 구하는 게 잘못이라고 단죄하면 이 아이들은 평생 죄인이 돼요. 저를 포함한 많은 어른이 이 친구들을 보며 ‘속상하다’, ‘답답하다’고 생각하곤 하죠. 그러나 하느님도 우리를 보시고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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