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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주교단, 두 나라 교회 협력 모색하고 평화의 대화 나누다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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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참가자와 한미 주교단이 미국 하원의원 관계자들을 만나 환담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전쟁 종전을 외치며 비무장지대를 건너는 여정을 담은 영화 ‘크로싱’ 관계자와 미국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은 한미 주교단이 한반도 평화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논의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 교회와의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미 주교단이 5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에 참석한 한·미 두 나라 주교들은 미 국무부와 의회를 방문,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견을 미 정부에 직접 전달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한국 주교들은 워싱턴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과도 만나 평화의 대화를 이어갔다. 포럼이 열린 미국가톨릭대학교에선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분단의 아픔과 현실을 다룬 두 편의 다큐멘터리 상영회도 열렸다. 미 정부 인사부터 대학생까지 폭넓은 행보로 한반도 평화를 알리기 위한 여정을 따라가 본다.



한반도 평화 위해 한미 주교단 첫 공식 만남

두 나라 주교들이 한반도 평화를 논의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주교들은 한반도 화해,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 북핵 현실 등에 관한 한국 주교들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면서 한국 주교단이 미 국무부와 의회를 방문할 때 기꺼이 동행해 힘을 실어줬다.

데이비드 말로이 주교는 “한국 주교단이 말하고, 미국 정부가 가톨릭교회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면서 “한반도 평화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한국 주교들이 가장 잘 조언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기헌 주교는 “인도적 지원 얘기를 많이 했다”면서 “경제 제재가 서민이나 소외계층, 약자들을 소외시키고 피해를 주기에 이 사람들은 예외로 둬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고 말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미국 주교들이 정부 인사들에게 ‘형제 주교들이 왔다’고 우리를 소개했다”면서 “하나라도 더 도와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형제적 친교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위한 한미 교회 협력 방안 모색

한국 주교들이 교회 울타리를 벗어나 미국 정부 관계자를 만난 건 포럼의 큰 성과였다. 교회 내 논의에서 더 나아가 두 나라 교회가 발걸음을 맞춰 미 국무부와 의회에 입장을 전달한 것은 남북 화해와 교류를 위한 활동에 새로운 진전이다. 의회 방문 때에는 브래드 셔면 하원의원이 발의한 ‘한반도 평화법안’을 지지하는 하원의원 관계자들과 만났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 강주석 신부는 “막판까지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미국 주교회의에서 큰 도움을 줬다”면서 “두 나라 주교들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한국 주교들은 또 워싱턴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나 평화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2020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그레고리 추기경은 미국 최초의 흑인 추기경이다. 정순택 대주교는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한미 가톨릭교회 역할이 중요하기에 어떻게 협력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서와 화해로 평화 이뤄야

5일 포럼 개회식에 축사를 맡은 주미 교황대사 크리스토프 피에르 대주교는 “교황청은 한반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화를 통해 긴장을 완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평화를 위한 노력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지만 교회에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면서 전쟁을 넘어서서 정의로운 사회구현에 힘써주기를 당부했다. 피에르 대주교는 이날 끝까지 회의에 참석하며 논의를 경청했다. 평신도 신학자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박사는 “교황대사가 끝까지 자리를 지킨 건 교황께서 우리와 끝까지 함께 해주신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교황청이 한반도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미국 주교들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유 추기경은 “한반도에서 핵무기 문제는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지를 언급하면서 “적대와 두려움으로 갈라진 세상이지만 평화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주영 주교는 개회사에서 “교회는 진정한 평화는 오로지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해진다(「간추린 사회교리」 517항)고 믿고 가르친다”면서 한반도 평화문제가 정치 문제나 이념 대립이 아닌 사회 정의의 실현임을 일깨웠다.



전쟁의 아픔 담은 다큐 상영

미국가톨릭대학교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다큐멘터리영화 시사회에선 ‘크로싱’과 ‘노병의 외출’이 상영됐다. 상영 후에는 영화 관계자와 감독이 직접 학생들과 만나, 전쟁의 현실과 참상을 전하며 평화를 위해 나아갈 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크로싱은 국제여성평화운동가 그룹 ‘위민크로스디엠지’가 한국전쟁 종전을 외치며 북한을 방문하고 비무장지대를 건너는 여정을 담고 있다. 위민크로스디엠지 조직위원 조현숙씨는 “전쟁이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는 것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병의 외출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브라이언 할아버지가 평생 간직했던 전쟁의 기억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 브라이언 할아버지가 런던한겨레학교 학생들과 만나,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도 그려냈다. 영화를 제작, 감독한 런던한겨레학교 이향규 교장은 “노병의 외출을 포럼에서 최초로 공개해서 더욱 뜻깊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교육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한겨레학교는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한민족 2세를 위해 한글과 한국 문화,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매일 미사 봉헌하며 한반도 평화 기도

포럼 참가자들은 현지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보탰다. 한국 참가자들은 미국 주교회의 초청으로 5일 미국 주교회의 성당에서 한미 주교단이 공동으로 집전한 미사로 일정을 시작했다. 포럼 행사장인 미국가톨릭대학교에 근교에 있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국립성당에선 6일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한국어 미사를 봉헌했다. 김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 평화를 위해 간절하고 끊임없이 기도를 바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주교는 “매일 밤 9시 민족화해를 위해 바치는 주모경이 형식적인 기도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시대에 (평화가) 이뤄지리라는 꿈이 멀게만 느껴지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주님 사랑과 자비의 섭리를 믿고 간절한 기도를 끊임없이 바치자”고 말했다.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한인 교민과 신자들은 4일 환영 만찬을 열고 포럼 참가자들을 환대했다. 이수동(시몬) 박사가 주최한 환영 만찬에는 한미 주교 10명을 비롯해 이덕효(워싱턴대교구) 신부, 박문성(성김대건안드레아워싱턴한인본당 주임, 서울대교구) 신부, 김태진(성정하상바오로한인본당 주임, 원주교구) 신부 등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하며 친교를 나눴다.



워싱턴 D.C.=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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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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