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지키고자 200여 년 전 박해를 피해 깊은 산골로 숨어든 신앙선조들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 원주교구 영산본당(주임 김대중 신부)이 전국의 수많은 후원자들의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새 성전 건립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7~8월 영산본당이 새 성전 건립을 위해 전 신자가 힘쓰고 있다는 소식이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을 통해 잇달아 보도됐다. 김대중 주임 신부는 8월 22일 가톨릭평화방송 TV 매일미사를 주례하며 산골 공동체가 지켜오고 있는 신앙 명맥을 소개했다. 제의실과 고해소는 없지만 신자들의 논밭을 축복하고 마당에서 고해성사를 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가톨릭평화신문도 제1661호 7월 17일 자 보도를 통해 새 성전 건립을 꿈꾸는 영산본당 신자들의 희망을 전했다.
이후 본당에는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 후원 문의가 잇따랐다. 후원자들 가운데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200년 교우촌 역사를 지닌 본당을 돕고 싶은 이들이 많았다. 오히려 “너무 소액이라 죄송하다”며 적은 금액이라도 매달 정기적으로 보내겠다는 이들도 꽤 됐다. 병환 중인 아들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싶다며 거액을 쾌척한 이, 정부 지원을 받아 생활하거나, 소일거리를 하며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영산본당 소식에 감화되어 수화기를 드는 등 감동적인 마음들이 본당으로 속속 연결됐다. 해외에서도 기금을 보내오는 등 교구와 지역을 넘어 많은 신자가 영산본당 교우들의 ‘하느님의 집’ 건설을 위해 동참한 것이다. 김 신부와 신자들이 교구 내 본당을 다니며 모집한 후원자를 포함해 영산본당 후원자가 6000명에 이르게 됐다.
김대중 주임 신부는 “저희 본당 소식이 보도된 뒤 정말 많은 은인들이 연락을 주셨고, 교우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며 “대대로 이어져 온 신앙을 잘 지켜나갈 수 있겠다는 큰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후 본당 교우들에겐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자’는 자신감과 활력이 생겼다. 신자들은 매일 은인들을 위한 기도와 미사를 봉헌하고, 나아가 성전 건립에 더 힘을 보태고자 작은 볼펜 조각들을 조립해 파는 일도 하고 있다. 엄청난 금액은 안 되더라도 신자들은 본당 일이라면 열일 젖혀두고 기쁜 마음으로 볼펜 수만 개를 함께 조립하는 추억을 만들고 있다. 들깨, 고춧가루, 옥수수 등 은인들에게 보낼 소출도 수확하고 있다. 올가을 풍성한 수확만큼 신자들의 부푼 마음이 커다란 희망으로 자리하게 됐다.
본당은 새 성전의 구체적인 설계도도 거의 완성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풍수원성당, 용소막성당처럼 지역과 어우러지는 고즈넉한 양식의 성전을 구상 중이며, 내년 3월께 착공 예정이다. 본당은 성전 규모보다 신앙 유산 보존과 교우들의 행복을 목표로 성전 건립의 취지를 지켜나가고 있다. 김 신부는 “매일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며 “아직 기금이 온전히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기도와 믿음으로 주님의 성전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새 성전이 건립되면 많은 분이 순례를 오시면 좋겠다”며 “미사도 같이 봉헌하고, 잠시 머물며 피정도 하도록 돕겠다. 저희 교우들의 친구가 돼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후원 문의 : 033-731-7856, 원주교구 영산본당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