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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박사가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에서 ‘중독회복여정’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김지연(마리클라우디아) 박사는 단중독사목위원회에서 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상담과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이며 가톨릭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중독 관련 강의를 하는 교육자이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20년 넘는 중독 상담 경험과 중독의 이론적 배경을 잘 접목하여 그 사람에게 맞는 치료를 하는 점이다. 중독 상담 분야에서 대모와 같은 김지연 박사는 중독자와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감이라고 한다. 중독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가족과 사회가 함께 관여하고 치료해야 한다. 중독문제 해결을 단순한 격리에서 벗어나 가족이나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회복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Q. 어떻게 세례를 받게 되었는지요? A, 저는 초등학교 때 저를 무척 예뻐해 주셨던 선생님을 따라 성당(현재는 절두산순교성지)을 다녔어요. 그런데 성당 가는 길이 어찌나 무섭고 멀게만 느껴졌는지 결국 첫영성체를 못 했어요. 친구들이 영성체를 하면 쫓아다니며 “맛있어? 진짜 예수님의 몸이야?” 하면서 괴롭혔던 기억이 생생해요.(웃음) 그래도 성당은 가장 재밌게 놀았던 곳이었죠. 고등학생 때 비로소 세례를 받았고 그 이후 모든 가족이 세례를 받았어요. 우리 집에는 제가 신앙을 전파한 셈이지요.
Q. 김지연 박사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A, 정말 모범생인 학생이었죠.(웃음) 학칙, 교칙, 기타 규칙, 심지어 주훈까지도 반드시 지켰어요. 어기면 큰일이 생긴다고 생각했어요. 수학이 좋아 순수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대입 시험에서 불합격하고 너무 부끄러워서 죽겠다고 결심하고 절두산성당에 가서 성모님에게 엄청나게 원망을 쏟아냈어요. 그리고 죽으려고 한강으로 내려가다가 미끄러졌어요. 마침 그때 신부님하고 수녀님에게 들켜서 엄청 혼이 났어요. 지금 생각하면 신부님, 수녀님이 말리지 않았다면 욱하는 어린 마음에 무슨 일을 했을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요즘도 대입이 끝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청소년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고 꼭 잡아주고 다독여주고 싶어요.
Q.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A, 모든 것을 하느님의 이끄심이라 생각해요. 모든 이들을 친구로 대하시는 진정한 사제이면서 상담가인 허근(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장) 신부님께서 스스로 알코올 의존증을 겪고 극복하여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 감명을 받았지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던 중, 중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8세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고 한국에 귀국한 뒤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에서 봉사를 하다가 허 신부님께서 시애틀의 약물중독전문가 Leo 학장을 소개해 주셔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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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가톨릭 북에 출연한 김지연 박사 |
Q. 가톨릭 알코올사목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려요.A,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는 1999년에 시작되었지만, 알코올 의존이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것을 우리나라에 전해 주신 분은 골롬반회의 안성도 신부님이에요. 안 신부님이 강릉본당을 중심으로 A.A(Alcoholics Anonymous, 알코올 의존자 모임)를 시작하였고, 1982년부터는 서울에서 각 본당 중심으로 A.A 모임과 중독자 가족 모임(AL-Anon)을 결성해 나갔죠. 이를 계기로 정신의학계에서도 알코올 중독자의 치료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안 신부님 선종 후 1999년 10월부터 서울대교구에서 허근 신부님께서 가톨릭 알코올사목센터를 설립하여 시작하게 되었죠, 지금은 도박중독, 마약중독, 게임중독, 기타 중독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접근을 하게 되었어요.
Q.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탈렌트가 있다면? A. 하느님께서 제게 남다른 재능을 주신 게 있다면, 잘 기억하는 기억력과 위기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대응하는 순발력과 언변도 주신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 다른 표현으로는 ‘오지랖’이라고도 하지요. 저는 한 번 들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 특징과 대화 등을 잘 기억해요. 아무리 오래된 내담자도 이야기와 상황 등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큰 도움이 되죠.
Q. 길잡이가 되어준 성경 말씀이 있다면?A. 성서모임을 할 때 ‘야훼이레’라는 단어에 꽂혔어요. 무조건 하느님께 맡기는 것, 무한한 신앙심, 신뢰, 믿음으로 지금도 힘든 일을 만나면 늘 저는 혼잣말로 ‘야훼이레’를 마치 주문을 외듯 외쳐요.
Q. 일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A, 가족이 해체 위기에 있을 때 내가 가족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진심과 사랑으로 만나서 결국 그들이 다시 하나가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지요. 특히 중독에서 빠진 분이 회복될 때 너무 기쁘죠. 인생의 끝에서 절망하는 가족이나 중독자들이 길고도 힘든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은 하느님이 도와주시는 은총이 분명해요. 마치 기적과 같은 일이라 저 역시도 무척 행복해요.
Q. 후배들에게 꼭 이 말을 하고 싶다면?A, 중독분야에 첫 입문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중독은 그렇게 무섭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중독이 있는 분들을 편견 있는 눈으로 보기보다 늘 친구같이 동반자같이 생각하면 결국 변화되고 치유가 돼요. 하느님 사랑의 힘이라 생각해요.
김지연 박사는 시간이 되면 외국에 있는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한다. 예전에 신촌 근처에서 가출한 청소년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 간식과 담요 등을 준비해서 공원에 부스를 만들고 가출청소년들과 만나 상담도 해주고 필요한 생필품도 나눠주는 등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만약 시간이 생긴다면 그런 봉사를 다시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특히 요즘 청소년들이 화나고 속상하고 외롭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무조건 집을 떠나 쉴 수 있는 공간을 아무 조건 없이 제공해 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수명이 길어지면서 어르신들에 대한 정신건강과 치매 예방 활동 등에 대해서도 사회의 연구 및 보살핌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독일에서 광부들이 탄광에 들어갈 때 임종 기도를 바치고 다시 탄광에서 나왔을 때 감사 기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자신의 기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가톨릭 중독분야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지연 박사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