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3. 결식 우려 아동들
▲ 한 초등학생이 공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며 밥을 먹고 있다. 학생의 옆에는 간식으로 먹을 빵이 놓여 있다. 2021년 기준 급식 지원대상 아동 수는 30만 2231명이다. 해마다 급식 지원대상 아동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3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은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 |
“먹고 싶은 거 많은데 이 생활에 익숙해지면 적응이 돼서 괜찮아요.”
박수진(가명, 고2)양은 10살 때부터 혼자였다.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데다 외동인 까닭이었다. 밥은 주로 급식카드를 이용해 편의점에서 해결했다. 밥을 먹는다기보다 허기를 달래는 정도였다. 친구들이랑 식당에서 사 먹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다.
“항상 애들이 물어봐요. ‘너 돈 없는데 왜 카드로 먹으러 가?’라고 하면 ‘나 이런 상황이라서 밥 먹으라고 줬어’라고 이야기해요. 친구들이 탄산음료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탄산음료는 살 수 없다’고 하면 친구들이 알겠다고 해요. 친구들도 밥만 먹으면 되니까 따지지는 않더라고요.” 탄산음료는 아동의 건강에 해로운 품목으로 분류돼 급식카드로는 구매할 수 없다. 카페인이 많이 든 커피와 에너지 음료, 과자류, 초콜릿, 사탕, 빙과류 등 식사로 볼 수 없는 간식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2022년 결식아동 급식 업무 표준매뉴얼’을 보면 박수진양과 같은 급식 지원대상 아동 수는 30만 2231명이다. 2015년 42만 6594명에서 2016년 38만 5597명, 2017년 36만 4079명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지만, 여전히 3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은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박양은 현재 방학 때만 급식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학교와 아동센터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박양이 사용 가능한 금액은 하루 최대 2만 원, 한 달에 40만 원이다. 한 끼에 7000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결제하려다 한도를 초과하면 ‘한도 초과’ 메시지가 뜨거나 ‘경고’가 뜬다. 그러면 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금액을 다 쓰게 되면 다음 달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식당에서 먹으려고 해도 높은 물가 탓에 한번 결제하고 나면 당장 다음 끼니 걱정부터 된다. 편의점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식당에서 카드를 사용하려고 해도 식당에 ‘꿈나무카드 사용처’라고 적혀 있는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꿈나무카드 사용처’라고 부착돼 있지 않은 식당은 직접 물어봐야 하기 때문에 박양에게는 또 다른 상처로 돌아온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이틀 정도 먹을 걸 한꺼번에 사기도 해요. 편의점에 가면 그래도 먹고 싶은 걸 다양하게 먹을 수 있잖아요.” 박양은 괜찮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도 했다. “친구들과 나눠서 내거나 돈이 없으면 친구들이 사주는 편이라 상처받는 말은 많이 안 들었어요. 그것보다는 내가 돈이 없는데 그 카드를 갖고 쓰는 것만이라도 다행인 것 같아요.”
통계청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외식비는 한 끼에 약 9153원 수준이다. 통계청과 한국소비자원은 매달 냉면·비빔밥·김치찌개 백반·삼겹살·자장면·삼계탕·칼국수·김밥 등 8개 품목의 평균가격을 조사한다. 서울의 평균 외식비가 한 끼에 약 9986원 수준으로 가장 높다. 1월 기준 서울 서초구와 종로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액인 한 끼에 급식비 9000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서울의 평균 외식비 한 끼 금액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경북 약 8918원, 충북 약 8674원, 전북 약 8156원 등 평균외식비가 한 끼에 8000원대인 곳도 있다. 하지만 한 끼 급식비 지원 금액이 경북은 7000원, 충북 6000원~7000원, 전북 7000원에 머물고 있어 급식비로는 제대로 된 한 끼 식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이상균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 결식아동들에 대해서 또 다른 격차를 불러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 지원의 기능이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느냐고 했을 때 지자체 간 지원단가의 차이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며 “과연 현재 결식아동 급식 지원 제도가 아동 중심, 아동 눈높이에 맞는 제도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