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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날마다 12명의 가난한 사람을 초대해 음식을 나눴다”

[부온 프란조!] 24. 성 대 그레고리오 1세 교황(제64대, 540년께~60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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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대 그레고리오 1세 교황.



서기 590년, 펠라지오 2세 교황이 로마에 창궐한 페스트로 서거하자, 그의 후임으로 그레고리오가 교황으로 피선되었다. 당시 그에게 시기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 롱고바르디(Longobardi)족이 침략해 맹위를 떨쳤을 뿐 아니라 589년 11월 대홍수로 로마 테베레 강이 범람하여 수많은 희생자를 냈고 곡물 창고가 파괴되는 후유증을 겪어야 했던 것은 물론, 590년 2월 펠라지오 2세 교황마저 죽음에 이르게 했던 페스트가 이탈리아 전역에 창궐했다. 총체적 난국에 처하자 그는 사흘 동안, 성모 마리아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으로 그의 백성과 함께 ‘참회’와 ‘기도’로 거룩한 행진을 한다. 그리고 페스트의 종식을 예고하는 미카엘 대천사를 보게 된다. 하느님을 경외하며 그의 백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의 ‘솔직한 간절함’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오늘날 진정으로 필요한 지도자의 모델이 아닐까?


▲ 성 대 그레고리오 1세 교황은 날마다 12명의 가난한 사람을 초대해 음식을 나눔으로써 배고픔을 잊게 해줬다. 이 식탁에는 ‘성 그레고리오는 이 식탁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주었고 천사는 13번째로 앉았다’(Bissenos hic Gregorius pascebat egentes -angelus et decimos tertius accubuit)라고 기록돼 있다.


가난한 거지 옷차림으로 앉은 13번째 천사


그는 누구인가? 대 그레고리오 1세 교황은 540년께 로마 원로원 귀족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허약하게 태어났지만, 총명했던 그의 첫 교육적 성장은 첼리오(Celio) 언덕에 위치한 부친의 궁전과 가까운, 아가피토 교황이 세운 도서관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로 된 그리스도교 서적을 많이 읽으며 이뤄졌다. 영성이 깊었던 그의 가문에서는 두 명의 교황이 나왔다. 고조부인 펠릭스 3세(483~492) 교황과 아가피토(535~536) 교황이었다. 그의 부친인 고르디아노(Gordiano)와 모친 실비아(Silvia, 1603년 클레멘스 8세 교황에 의해 성인 반열에 오른다)도 기도생활과 자선에 힘을 쏟았다. 또한, 동정녀의 삶을 살았던 두 숙모 에밀리아나(Emiliana)와 타르실리아(Tarsilia)의 믿음에서도 큰 영향을 받았다.

교회에 남긴 그레고리오의 위대함은 너무나 방대하여 지면이 너무 부족할 정도이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실행해야 할 덕목으로 그가 가장 우선하여 펼친 자선(Carit)에 대하여 언급하고 싶다. 가난한 이들과 병든 이들, 위험에 처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그레고리오에게 그 무엇보다도 급선무였다. 당시 외세의 침략으로 피폐해진 로마의 가난한 사람들과 피란민들에게 구호물자를 골고루 나눠주고 자신의 재산을 교회에 기부하였다. 그는 날마다 12명의 가난한 사람에게 음식이 차려진 식탁에 초대하여 배고픔을 잊게 해주었다. 그 유명한 천사의 기적은, 가난한 거지의 옷차림으로 앉은 13번째의 천사에게도 그레고리오가 똑같이 음식을 대접하였던 데서 비롯된다. 아직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그 식탁에는 ‘성 그레고리오는 이 식탁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주었고 천사는 13번째로 앉았다’(Bissenos hic Gregorius pascebat egentes -angelus et decimos tertius accubuit)라고 라틴어로 그 기적이 새겨져 있다. 당시 사람들은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기억 때문에 13이라는 숫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자선이, 배신조차도 용서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의 사랑의 위대함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1870년까지 성주간 성 목요일에 교황이 바티칸에 13명의 가난한 사람을 식탁에 초대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 한다. 그가 살았던 첼리오(Celio) 언덕에 위치한 성녀 바르바라 성당에서는 아직도 해마다 성 목요일에 이 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성 베드로 대성전 주변에서도 다른 형태의 자선이 이뤄지고 있다.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길 원한 교황


자신의 이름처럼, 그리스어로 ‘깨어있는 사람’(Colui che risveglio)이란 뜻의 그레고리오는 592년 무더운 8월에 그의 말을 듣고자 몰려든 사람들에게 자신은 “바다에 던져진 배”라며 어떻게 하면 교회의 운명을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그의 위대한 강론(OmeliaⅡ, 38,9-12)을 통해 “하느님을 생각할 때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강조하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마르 12,30-31)고 외친다. 또한, “교회의 이름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코 신앙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 사랑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증언임을 압니다. 우리가 오로지 사랑을 실천하는 바로 그때에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제31항)라고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그레고리오 교황과 같은 생각을 자신의 첫 회칙을 통해 피력하였다.

“성 그레고리오는 우리의 마음속에 순수한 수도자로 남아 있습니다. ‘하느님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이길 원했으므로 그는 우리에게 진정한 위대함(Magno)의 척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라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말하였다.



레오 1세와 함께 ‘대교황’ 호칭 받은 교황


그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 묻혔으며, 그의 비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하느님의 영사(Console di Dio).”

누르시아(Nursia)의 수도자 베네딕토 성인의 삶과 같이 수도자의 길을 걸었던 그레고리오 교황은 레오 1세와 함께 유일하게 ‘대교황(Magnus)’ 호칭을 받은 교황이다. 아우구스티노와 예로니모, 암브로시오와 함께 서방 교회의 4대 교부이며, 이전 어느 교황보다도 많은 저서를 남겼다. 교회의 전례 개혁, 전례력에 맞는 성가들을 재정리하였으며, 이론적인 면보다는 신앙에 도움이 되는 실제적 저술을 하였는데 복음에 관한 강론 40편과 에제키엘서에 관한 강론 20편, 아가서에 관한 강론도 유명하다. 전설에 따르면, 비둘기 모양의 성령이 교황의 귀에 대고 구술할 내용을 속삭여 주었다고 한다. 바티칸 궁에는 이 이야기를 묘사한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다. 선종 즉시 시성되었으며, 대교황의 칭호를 받았다.

위대한 그레고리오에겐 너무 소박한 콩으로 만든 수프 ‘콩 주파(Zuppa, Minestra라고 하는 수프의 한 종류)’가 매일의 주식이었다. 오늘의 레시피이다. 그는 어머니가 날마다 은잔에 담아 보내주는 음식을 은잔과 함께 가난한 이들에게 주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레시피 : 성 그레고리오 교황의 ‘콩 주파’(Zuppa di legumi di San Gregorio Magno)

▲준비물 : 동부콩(fagioli dell’occhio) 50g, 병아리콩(ceci) 50g, 칸넬리니 흰콩(fagioli cannellini) 50g, 렌틸콩(lenticchie) 30g, 토마토 1개, 양파 2분의 1개, 당근 2분의 1개, 샐러리 한 줄기, 로즈마리(Rosemarie) 약간, 살비아(Salvia) 4잎,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모든 콩은 깨끗이 씻은 후, 찬물에 담가 불린다.

→팬에 올리브유(olio di oliva)를 적당량(2큰술)을 넣고 잘게 다진 당근, 샐러리, 양파를 황금색이 되도록 볶다가 렌틸콩만 빼고 모든 콩과 로즈마리, 살비아도 넣고 3분 정도 볶는다. 그다음 물을 잠길 정도로 붓고 뚜껑을 덮은 뒤 30분간 익힌다.

→씨를 빼고 잘게 다진 토마토와 불린 렌틸콩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20분간 뚜껑을 덮고 뭉글하게 약간 약한 불에 끓여낸다. 오븐에 구운 빵과 곁들여 먹으면 한 끼 건강한 식사로 좋다.


▲모니카의 팁 : 여기의 콩(Legumi)들은 지중해 요리에 이용되는 식재료로,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수퍼 푸드’다. 시중에는 말린 콩, 생콩, 냉동콩, 익힌 콩, 또는 통조림이나 유리병 등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주파(Zuppa)로 먹기도 하지만, 파스타와 샐러드 등 여러 형태의 요리에도 이용한다. 대체로 말린 콩은 저녁에 담그면, 아침에 적당하게 불어 있다. 찬물에 소금을 넣고 삶아서 식힌 다음, 지퍼백(Zipper bag)에 넣고, 필요한 만큼 덜어서 사용하면 편리하다.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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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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