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
우리 신앙선조들과 순교자들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자유와 기쁨을 지닌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시련의 순간에도, 모진 박해와 죽음의 위협에도 신앙인의 자유와 기쁨을 잃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삶이 결코 허무로 끝나지 않고 하느님 안에서 충만히 완성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그들은 부와 명예와 권력과 같은 세상적인 행복의 가치를
그리스도의 복음에 견주어 상대화할 줄 알았습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8항 참조) 그분에게서 오는 이 내면의 기쁨은 그리스도인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신앙선조들은 ‘기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만났고,
기도를 통해 얻은 하느님의 위로와 힘으로 세상의 온갖 유혹과 역경을 이겨냈습니다.
순교자들은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도 늘 기도하였고 죽음의 순간까지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기도하면 할수록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기꺼이 내어주려
하신다는 사실을 더욱 잘 깨닫게 되고 점점 더 하느님을 열망하게 될 것입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저서 「나자렛 예수Ⅰ」 5장 ‘주님의 기도’ 참조) 이것이 우리
신앙선조들이 언제나 기도했고, 우리 역시 기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앙선조들과 순교자들은 그들의 모범을 통해 신앙생활에서 애덕의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이렇듯 신앙선조들의 인간 존중과 애덕
실천의 모범은 사람을 빈부와 직업, 인종과 지역, 성별과 나이에 따라 구분 지으며
갈등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우리 신앙선조들이
보여준 형제애의 모범을 따라 살며, 세상의 기준이 아닌 복음의 정신에 따라 사람을
대하고 서로 도와줌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이 세상에 전하는 산 증인이 되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해가 갈수록 생태계의 이상 징후를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있고, 이런 위기의 원인이 우리 각자에게 있음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생태계의 위기는 우리가 이 땅의 주인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피조물을 돌보는(창세 2,15 참조) 주님의 충실한 관리자요 책임자로 거듭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더 가지고 더 소비하기보다 조금이라도 아끼고 재활용하는 절제의 생활로 하나뿐인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는 신앙인이 되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