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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 문제로 고통 겪는 몽골 지식에르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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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너무 추워서 글씨를 못 쓰겠어요~.”

아이들이 꽁꽁 언 고사리손을 이리저리 비벼대며 입김을 호호 불어댄다. 오전 11시가 넘었는데, 냉기가 가시지 않는 교실. 행여 이 추위가 아이들의 꿈마저 앗아갈까봐 조마조마하다. 몽골 바양호셔에 있는 지식에르뎀 초·중·고등학교(학교장 이난영 클라라 수녀, 이하 지식에르뎀학교) 학생들은 추위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며 하나둘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희망의 싹이 꺾이지 않도록 그리스도인의 더 큰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 몽골 교육사업 26년째

몽골 지식에르뎀학교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가 운영하는 사립학교다. 1996년 7월 몽골 땅을 밟은 4명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소속 수녀들은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자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몽골에는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배움의 기회만 주어지면 주민들 생활도 한결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 수녀들은 울란바토르에서 공부방으로 시작, 쎈뽈 초등학교를 운영해왔다.

그러던 중 몽골 정부가 변경된 교육법을 근거로 쎈뽈 초등학교 운영에 제재를 가했다. 정부는 당시 가정집을 보수해 사용한 학교 건물에 대해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학교 이름 ‘쎈뽈’(Saint Paul, 성 바오로)이 외래어에다 종교적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를 들어 허락할 수 없다는 방침을 내렸다. 수녀들은 새로운 학교 건물을 지어야만 했다.


■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

수녀들은 기존 울란바토르가 아닌, 인근 바양호셔 지역에 새로운 학교를 세웠다. 이미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었던 이곳은 몽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바양호셔에 자리를 잡은 것은 수녀회의 카리스마에 따른 결정이었다. 가장 가난하고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절대 소외시킬 수 없다는 뜻이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가능한 결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사 자재비와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도움과 기도 속에 수녀들은 학교 이름을 ‘지식에르뎀’(모범이 되는 사람) 초·중·고등학교로 변경하고, 420명 정원으로 2021년 허가를 받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 예상 못 한 난방 문제

지식에르뎀학교는 처음 건물을 지을 때 기름보일러를 설치했다. 몽골 대부분 가구가 채택하고 있는 러시아식 중앙난방 방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양호셔처럼 가난한 지역은 중앙난방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수녀들은 현지에서의 가성비를 따져 기름보일러를 설치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2배 이상 올랐다. 기후변화로 인해 몽골의 겨울이 빨라져, 9월에 벌써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보일러를 전기로 교체하고, 교사들을 시간강사로 충당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지만,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몽골의 한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지식에르뎀학교에서는 250명가량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학교는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정도 난방을 하고, 보일러 동파 방지를 위해 밤 12시부터 1시까지 보일러를 돌린다. 오전 11시가 넘으면 아이들은 손으로 글씨를 쓸 수 없을 만큼 추위를 느끼게 된다.


■ 자비가 필요합니다

지식에르뎀학교장 이난영 수녀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급식비가 부족해 굶는 학생이 없는 학교, 난방비가 없어 추위에 떠는 학생들이 없는 학교, 좁은 책상이 아니라 넓은 책상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이 수녀의 작은 꿈이 실현되면 아이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고, 희망으로 자라난 아이들은 창의적으로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 되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비용 문제로 어렵다 하더라도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 최소한의 액수로 책정된 이 등록금마저 낼 수 없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몽골 정부에서 내려오는 보조금으로 교사 월급을 주고 있지만, 점차 충당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는 것이 교회가 할 일이다.

이 수녀는 “하느님의 자비는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무한한 사랑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하느님 아버지의 풍성한 사랑에 흠뻑 젖어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도움을 청한다”고 호소했다.


※후원하실 분 대구은행 069-10-005437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문의 053-253-9991(내선 2번) 대구대교구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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