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는 희망과 기쁨의 시간이면서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그들에게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뻗는 시간이기도 하다. 소외된 이웃 가운데 자립준비청년(구 보호종료아동)들을 빼놓을 수 없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거주하던 시설을 나와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서 방황하거나 심지어 외로움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수만 최근 3년 동안 13명이다. 그 원인은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 미흡, 이웃들의 관심 부족이 손꼽힌다. 대림 시기를 보내며 교회와 신자들이 자립준비청년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살펴본다.
자립준비청년은 누구인가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자가 없거나, 부모의 학대 혹은 양육 능력 부족으로 거주시설 등에서 생활하다가 원칙적으로 만 18세가 된 뒤 시설에서 나온 청년을 말한다.(아동복지법 제16조 1항) 고등학교 3학년이나 대학교 1학년 나이에 사회에 홀로 나와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은 대부분 막막한 환경에 부딪히게 된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자립정착금’과 월 30여만 원의 자립수당을 지급하지만 자립정착금은 지자체별로 500~700만 원, 가장 많은 경기도가 1500만 원 수준이어서 작은 방을 얻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립준비청년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박종인 신부(요한·예수회)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 경험이 없다 보니 지급받은 자립정착금을 무분별하게 쓰거나 사기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후견인 역할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0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자립준비청년 3104명 가운데 50인 1552명이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보건복지부가 19~29세 일반 청년 286명을 대상으로 2018년 실시한 ‘자살실태조사’에서 같은 응답을 한 16.3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작성한 ‘아동자립지원 통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 중 자립 후 연락이 두절된 비율은 2020년에 23.1에 달했다. 2018년 33.3, 2019년 26.3에 비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자립준비청년 4명 중 1명은 연락이 끊긴 채 살아가는 심각한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교회가 어떻게 도와야 하나
2017~2021년 자립준비청년은 총 1만2256명으로 매년 약 25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로 나오고 있지만 2022년 정부의 자립지원 전담인력은 120명 선에 불과하다. 정부나 지자체에만 자립준비청년 지원 역할을 기대할 수 없어 소외된 이웃 사랑 실천을 사명으로 하는 교회와 신자들의 참여와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실제 가톨릭교회는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자리 잡고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사장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은 올해 1월 19일~8월 16일 ‘자립후’ 모금 캠페인을 진행해 총 3억8878만5652원을 모아 1년차 자립준비청년 1인당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나충열 요셉 신부)도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주택 ‘함께 꾸는 꿈’ 사업을 전개하며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입주 혜택을 주고 있다. 보증금 100만 원과 월 관리비만 내면 월세 없이 최장 4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가 가능하다. 또한 각종 교육과 멘토링, 상담 기회도 제공해 입주자의 건강한 자립을 돕는다.
재단법인 기쁨나눔재단(이사장 전주희 바오로 수사)에서 자립준비청년 심리정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밥집알로’는 매일 저녁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기쁨나눔재단 자립준비청년 지원 총괄 박종인 신부는 “밥집알로 주변 본당 레지오마리애,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회원 등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며 “매월 1~2만 원씩 후원금을 내 주시는 것도 감사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신자들이 자립준비청년들을 찾아와 후견인이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보여 주시는 것”이라고 요청했다.
자립준비청년들과 동반하며 멘토가 되고 있는 김해영 신부(베드로·살레시오회·전 서울시립 청소년드림센터장)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금전 후원을 본질적인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나도 살 수 있다’, ‘세상은 살 만하다’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어른’들이 그들 곁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제일 견디기 어려워하는 건 외로움”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