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탄생’이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11월 30일 개봉 후 연일 호평을 얻고 있고, 개봉 전 현지 시각 기준 11월 16일 교황청 첫 시사회에서도 영화를 향한 감동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12월 9일 영화 ‘탄생’ 박흥식 감독과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역 배우 윤시윤씨를 만나 개봉 소감과 제작 과정 등을 들었다.
영화 ‘탄생’은 조선 근대 열어젖힌 이야기
“중요한 것은 조선 근대의 탄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흥식 감독은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어 제목이 ‘the birth’가 아닌 ‘a birth’라면서 여러 탄생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조선인 최초 신부 탄생, 조선 천주교 탄생까지 다루고 있다고 전한 박 감독은 “서학은 인간을 존엄하게 보도록 조선 백성을 일깨우고 신분제가 근간인 조선을 흔들어 근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생’은 ‘인간 존엄과 인간 평등의 개척자 김 신부님에 관한,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영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자 조선 근대의 탄생을 다룬 역사 영화”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사랑 실천하고 인간 존엄을 수호한 따뜻한 사람
배우 윤시윤씨는 자신이 연기한 ‘김대건’은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 김대건 신부를 “세상을 향한 호기심, 그 큰 호기심 안에서 예수를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비판 의식을 갖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 게 아니라 따뜻한,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과 세상에 대한 긍휼함을 갖고 나아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어린 시절 새로운 세상을 호기심 어리게 바라보지만, 그 안에서 결국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에 대한 비전과 희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뀐 것 같고, 그 마음이 험한 어려움들을 뚫을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신부 연기하기 위해 자신이 안 보이길 기도
윤씨는 한국어와 프랑스어, 라틴어, 중국어까지 구사했다. 한 달간 개인 교습을 받으며 문장과 발음 등을 공부했고, 틈날 때마다 연습했다. 윤씨는 “있는 그대로 그려야 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보더라도 거의 완벽할 정도로 문장을 구사하셨기 때문에 부족하게 구사하면 안 됐다”고 밝혔다.
특히 윤씨는 철저히 대본, 콘티대로 연기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시윤이 아닌 김대건 그대로만 표현하려고 했다”며 “제 모습이 나오질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윤씨는 순교 장면을 촬영하기 전 일주일 동안 김 신부 마음을 느끼기 위해 성지들도 찾아 다녔다.
박 감독은 “영화를 통해 김 신부님을 불러낸 게 아니라, 김 신부님께서 이 멋진 배우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셨구나, 하실 말씀이 있으셨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김 신부에게 술잔 기울이고 싶은 마음
박 감독은 김 신부님을 존경을 넘어 사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느 순간 대본을 쓰다가 고생하신 신부님께 술을 바치고 싶었다”고 밝힌 박 감독은 그렇게 영화에 술을 올리는 장면도 넣었다.
철저한 고증 자료를 토대로 한 영화에서 박 감독은 유일하게 즈린·김선 역만 가상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사실대로 다루는 게 저희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극적 필요성 때문에 이 인물만 가상으로 등장시켰다”고 밝혔다. 이미 사실 그대로도 얼마든지 극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박 감독은 “즈린은 마리아 막달레나를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는데, 작은 예수님으로 보인 김 신부님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도 들고, 천주교 역사를 보면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기에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 사랑 희망하게 되길
영화를 통해 박 감독과 윤씨는 인간을 존엄하게, 사랑으로 보길 희망하는 바람을 전했다. 윤씨는 “위대한 인물들의 위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그걸 통해 우리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며 “이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비판적이지 않게 바라볼 때, 그 안에서 큰 울림을 충분히 느끼시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배우들이 신앙 나눔도 많이 했는데 본인들의 신앙을 보여 주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각자 자리에서 이렇게 신앙을 표현해 나가는 것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우리 영화 키워드는 열정과 길인 것 같다”며 “김 신부님은 입국로 개척을 위해 굉장히 열정적으로 움직였는데, 단지 사제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의 사랑을 강조했다.
1000만 아닌 100만이 10번 보는 영화되길
박 감독은 “처음부터 많이 보는 영화보다 성탄 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그런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씨 역시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1000만이 아닌, 100만이 10번 보는 영화가 되길 지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가톨릭문화원에서 미사에 참례하고 세례도 받으려 한다는 박 감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사 때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하며 “앞으로 그 말씀을 새기며 그렇게 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뜻있는 배우들과 또 이 같은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전했다.
개신교 신자인 윤씨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마지막 장면은 죽음이 곧 영원한 탄생임을 전하는 자신의 신앙 고백이었다면서 사제를 할 생각 없느냐고 질문을 받은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윤씨는 “김대건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에 제 연기는 그 1만분의 1도 할 수 없었다”며 “표현할 수 있었던 자체로 영광이었고, 삶 속에서 기도하면서 조금씩 김대건이라는 인물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