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에서 유흥식 추기경에게 비레타를 씌워주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
▲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고향을 빠져나온 청년들을 만나 위로를 건네고 있다. CNS |
|
▲ 교황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어린이들을 교황청에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CNS |
|
▲ 교황이 7월 캐나다를 사목 방문한 자리에서 원주민 지도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전통 모자를 착용하며 교감을 나눴다. CNS |
올 한해는 지난 2년 동안 움츠러든 교회가 세상을 향해 다시금 문을 활짝 연 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9년 동안 몰두했던 교황청 구조 개혁을 시행했고, 보편 교회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참여하는 세계 주교 시노드도 순항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폭력과 고통에 신음하는 세상에 교회는 끊임없이 평화를 외쳤다. 교황청 개편으로 교회의 선교적 본성을 되살린 교황은 10월 제96차 전교 주일 담화에서 “성령에 힘입어 땅끝에 이르기까지 예언자, 증인, 주님의 선교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2022년 세계 교회를 돌아본다.
교황청 구조 개혁과 선교하는 교회교황청은 6월 5일부로 기존 9개 성과 3개 부서, 5개 평의회를 모두 16개 부로 전면 개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취임 때부터 선언해온 ‘교황청 구조 개혁’을 9년 만에 일단락한 대대적인 변화였다. 개혁의 당위성을 밝힌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에 따라, 교회는 ‘복음화’와 ‘선교 사업’을 더욱 지향하게 됐다.
비대해진 교황청 조직의 몸집을 줄이는 대신 복음ㆍ교리ㆍ봉사를 핵심축으로 삼고, 평신도 참여로 시노달리타스를 키우는 것이 개혁의 취지다. 아울러 보편 교회와의 교감을 촉진하고, 각 부서가 역동적으로 선교 활동에 임하도록 봉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교황령을 통해 “복음 선포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맡기신 일이었으며, 이 권한은 교회가 오늘날 모든 인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첫 번째 봉사”라며 “교회의 선교적 전환은 그리스도 사랑의 사명에 따라 교회를 새롭게 할 것이며, 이것이 세상의 빛인 그리스도 구원의 사랑을 반영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추기경단의 다양한 얼굴들교황은 오랜 전통과 해묵은 체계를 뛰어넘고 있다. 이는 추기경단 임명에도 적용됐다. 교황은 지난 5월 29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변방의 고위 성직자들을 새 추기경에 임명했다. 동티모르, 싱가포르, 몽골, 파라과이에서 사상 첫 추기경이 나왔으며, 교황이 임명한 20명 가운데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을 포함해 아시아 출신만 6명이나 됐다.
추기경의 출신 국가는 다양해지는 추세다. 현재 225명의 추기경단은 90개 나라를 대표하며, 교황 선출권을 지닌 추기경 126명은 67개 나라 출신이다. 더 넓은 곳으로 복음을 선포하고자 세계로 뻗어 가는 교회를 구축하려는 교황의 의지이다.
평화를 향한 교황의 휠체어 행보교황은 올 초 몰타를 시작으로 캐나다, 카자흐스탄, 바레인 등 ‘평화’가 필요한 곳이라면 대륙 구분 없이 사목 방문을 단행했다. 무릎 통증으로 올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휠체어도 교황의 행보를 막진 못했다. 7월 캐나다 방문은 교황에게 ‘참회의 순례’였다. 과거 캐나다 교회가 운영한 원주민 기숙학교 아동 학대 사건에 대해 교황이 직접 찾아가 사과한 것이다. 교황은 원주민들을 만나 용서를 청하며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교황은 두 달 뒤인 9월 말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50개국 종교 대표 100여 명을 만났다. 지구촌 형제애 회복과 평화를 위한 세계 종교 지도자들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종교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평화를 향한 교황의 메시지는 11월 바레인 방문 중에도 선포됐다.
시노드는 계속된다보편 교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2년 차에 접어든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를 진행했다. 2021년 10월 개막한 시노드는 지난 8월 15일까지 10개월간 지역 교회 교구 단계 시노드 모임을 마무리했다. 112개 지역 주교회의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날아든 의견서가 교황청에 제출됐다.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방대한 목소리를 1차 의안집에 정리했다. 각국 교회 대표들은 내년 1~3월 7개 대륙에서 열리는 대륙별 단계 회의를 갖는다. 교황은 내년 10월 로마에서 열릴 보편 교회 단계를 두 회기(2023년 10월, 2024년 10월)에 걸쳐 진행한다고 시노드 기간 연장을 발표했다. 더욱 심도 있게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성령의 뜻을 식별하고자 하는 교황의 뜻이다.
전쟁, 그리고 교회를 향한 공격가톨릭교회는 연중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을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현지에 추기경단을 파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올해엔 사제와 수도자들이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는 등 곳곳에서 교회를 향한 사건 사고들도 많았다. 나이지리아와 멕시코 등지에서는 지난 여름 성당 총격과 피랍, 사제 피살 사건 등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아울러 중동 지역은 오랜 내전과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테러로 그리스도인의 숫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100년 전 중동의 그리스도인 인구는 전체의 20를 차지했지만, 현재 4 아래로 떨어졌다. 군부 독재 체제에서 고통을 겪는 미얀마 교회도 성당 폭격 등 큰 타격을 입었다.
2025년 희년 준비 돌입교회는 2025년 은총의 해인 희년을 준비하고 있다. 교황청은 7월 ‘희망의 순례자들’을 표어로 한 희년 공식 로고를 발표했다. 희년은 교회가 지닌 희망을 다시금 피워올리고, 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해이다. 교황은 “희년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쇄신과 새로 태어남을 미리 맛보게 하는 희망과 신뢰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