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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대건 신부의 삶과 진취적인 면모를 담은 영화 ‘탄생’ 개봉 |
2022년 가톨릭 문화출판계의 키워드는 김대건, 김수환, 기후위기, 전쟁과 평화, 신앙 서적 완간, 원로사목자 활동, 신앙생활 기지개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성 김대건 신부를 기리며올해는 김대건 신부 관련 영화와 공연, 전시 등이 줄을 이었다. 먼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에 맞춰 제작된 영화 ‘탄생’이 개봉했고,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시사회를 계기로 제작진과 출연진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수많은 성직자를 만나기도 했다. 김대건 신부가 직접 쓴 편지 21통을 바탕으로 성인의 신앙과 삶의 역경을 낭독극 형식으로 펼쳐나가는 ‘스물두 번째 편지’는 주교좌 명동대성당 성모동산 상설무대에서 공연됐고,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는 사제를 넘어 다양한 학문을 섭렵한 신지식인으로서의 김대건 신부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도 열렸다. 이충렬(실베스테르) 작가가 한국교회사연구소의 자료와 감수를 받아 펴낸 공식적인 김대건 정본(定本) 전기 「김대건 조선의 첫 사제」도 출간됐다. 1845년 한국인 최초의 사제가 되었음을 친필로 서약한 ‘김대건 신부 서약서’가 2021년 교황청을 통해 입수한 라틴어 원본으로 170여 년 만에 정식으로 실려 있다.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수환 추기경도 출판문화계 전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연극협회가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를 담은 연극 ‘추기경, 김수환’을 7월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포항, 안동 등에서 공연했고, 언론·출판·방송인 등 19명이 한국 교회의 어른이자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인 김 추기경의 삶을 회고하는 「우리 곁에 왔던 성자」도 출간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사진가회 서연준(미카엘) 작가는 지난 1984년부터 1988년까지 주교좌 명동대성당 미사, 김옥균 주교 서품식 등에서 찍은 김 추기경의 사진을 지난 5월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군위, 광주, 대전, 안동, 의정부 등에서 선보였다. 이밖에도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전시회와 음악회, 강연 등이 진행됐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기후위기에 대처하고 지구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던 한 해다. 먼저 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보전위원회(JPIC)가 사단법인 푸른아시아, 국제기후종교시민(ICE)네트워크와 함께 국내 최초로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바로, 지금’ 제작에 들어갔다. 영화에는 창문도 에어컨도 없이 혹서를 견뎌내는 도시 쪽방촌의 여름, 이상 기후로 평생 농사짓는 기반이 흔들리는 전국 논밭, 기후 행동 현장에서의 청소년과 60대 활동가의 만남을 담았다. 관련 도서도 잇따라 출간됐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탈리아의 사회학자이자 시민운동가인 카를로 페트리니 기자가 지구와 인류가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 공감을 통해 환경과 경제 등 다양한 위기에서의 해법을 제안한 「지구의 미래」를 펴냈고, 유경촌(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는 생태 위기 시대의 가톨릭 사회교리서 「우리는 주님의 생태 사도입니다」를 펴냈다. 또 서강대 교수면서 녹색연합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현철(예수회) 신부는 「JPIC, 예언자의 세상 읽기」를 통해 오늘날 지구 위기의 원인으로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기계론적 세계관을 꼬집고, 극복을 위해 창조 질서의 보전, 즉 정의의 실현을 강조했다.
반전과 평화를 기원하며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평화가 깃들길 기원하는 문화행사도 잇따랐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는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작가들의 리얼리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 ‘전쟁과 평화’전이 열렸고, 앞서 6월에는 어린이들의 평화를 염원하며 기획된 ‘PEACE for CHILD : 전쟁 속 어린이를 위한 평화의 기도’전도 개최됐다. 올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전쟁으로 인해 유린되는 인권, 그 안에서도 가장 위협받는 ‘어린이’를 현대미술의 다양한 조형언어로 풀어냈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의 비폭력 사상집도 국내 초역됐다. 러시아에서 출간된 100여 권의 톨스토이 전집 가운데 비폭력과 반전 평화론을 담은 글을 선별해 우리말로 옮긴 「비폭력에 대하여」다. 크림전쟁과 러일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톨스토이의 반전사상은 공동선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굳건한 그리스도교 믿음에 기반을 둔다.
신앙 서적 완간 잇따라신앙인으로서 내적인 힘을 키울 수 있는 서적들의 완간도 잇달았다. 먼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분도출판사는 「교부들의 성경 주해」 총서 29권을 완간했다. 「교부들의 성경 주해」는 한국교부학연구회가 2008년부터 분도출판사와 손잡고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교부들이 성경의 각 구절을 해석한 내용을 모은 대작이다. 대전교구 원로 사제인 조장윤 신부는 「요한 1,2,3서」를 끝으로 「SACRA PAGINA 성경 연구 시리즈」 전체 18권의 우리말 번역을 마쳤다. 이는 영어권 학자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라 현대적 연구 방법으로 신약성경 전체를 새로 주석한 작품이다. 송봉모(예수회) 신부도 「평화가 너희와 함께」까지 총 7권의 ‘요한복음 산책 시리즈’를 완간했다. 그런가 하면 장긍선(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담당) 신부는 이콘의 의미와 상징을 소개하는 「이콘 그리고 동방의 얼굴들 미와 빛의 신학」을 출간했다. 이탈리아 출신 미술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알프레도 트레디고가 쓴 원전을 이콘연구소 회원들, 전문 번역가 김정윤(클라라)씨 등과 함께 3년에 걸쳐 번역한 것으로, 400여 점의 이콘은 물론 정교회 관련 용어 해설과 사진 도판이 부록으로 실렸다.
원로 사목자들의 활발한 행보
원로 사목자들의 굵직한 행보가 유독 눈에 띄는 한 해였다. 초대 수원교구장이자 제7대 광주대교구장을 지낸 윤공희 대주교와 제3대 제주교구장을 지낸 김창렬 주교가 각각 책을 발간했다. 먼저 윤 대주교는 기억 속에 살아있는 북녘 교회에 관한 구술사 「윤공희 대주교의 북한 교회 이야기」를 펴냈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주교관에서 구술 작업이 진행됐고, 여덟 차례 인터뷰를 바탕으로 각종 사료와 논문으로 내용을 보완해 1년간의 작업이 마무리됐다. 김 주교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유언 삼아 남긴 소박한 묵상집 「잡록과 낙수」를 출간했다. 제주에 있는 새미 은총의 동산에서 자연을 벗 삼아 은수자로 사는 김 주교가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50년간 프랑스에서 수도 생활과 작품 활동을 해 온 빛의 화가, 스테인드글라스의 거장 김인중(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 신부는 본격적인 국내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산업디자인학과 초빙 석학교수로 임명됐고, 그의 작품 600여 점이 상설 전시되는 빛섬아트갤러리도 충남 청양군에 문을 열었다.
대면 신앙 활발해진 교회각 교구와 본당, 신심 단체 등이 코로나 이전의 신앙생활을 회복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며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대면으로 진행했던 한 해다. 그 일환으로 다양한 성가제가 열렸다. 팬데믹 기간 중단되거나 관객 없이 진행됐던 CPBC 창작성가제는 치열한 예선과 워크숍을 거쳐 11월 전국에서 참여한 6개 팀이 결승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났고, ‘가톨릭성가페스타’는 올해 첫 포문을 열었다. 가톨릭 성음악아카데미가 주최하고 가톨릭성가페스타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는 전국 14개 팀이 객석을 가득 메운 신자들과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재)서울가톨릭청소년회가 주최하고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이 주관하는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도 지난 8월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려 모두 10개 팀이 열띤 무대를 마련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