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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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닮은 둥글고 납작한 렌틸 음식 먹으며 행복한 새해 기원

[고영심의 부온 프란조!] (29·끝)Arrivederci(Good bye, Au revoir) Roma(아리베데르치 로마, 안녕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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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맞이 로마의 불꽃놀이. 멀리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 맨앞에는 천사의 다리가 보인다.

▲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한 불꽃놀이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지난해, 2021년 성탄 시기에 나의 스튜디오 ‘디 모니카’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행복해했던 중년 부부 모임이 있었다. 1년 뒤 2022년 성탄 식사를 예약했던 그분들이 엊그제 다시 다녀갔다. 우리는 서로 건강하게 다시 만나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반가워했고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에도 건강과 안녕을 기원했다.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네 삶이 워낙 변수가 많다 보니, 1년 만에 예전처럼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은 축복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들은 시간에 대한 존중과 식재료에 대한 존경이 바탕이 된 나만의 진리로 만들어지는 슬로우푸드(Slow food)의 매력에 빠진 듯하다. “사실, 우리는 회나 한식으로 해마다 송년 모임을 했어요. 식사하며 행복하고 기뻐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여기선 그러한 충만함이 느껴집니다. 여태까지 살면서 식사시간을 무려 3시간 넘게 가진 적은 없었거든요. 먹는 내내 ‘식탁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기쁩니다. 하하하!”라고 고백한다.

음식을 통해 행복과 기쁨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깊다. “삶에서 가장 강렬한 기쁨은 우리가 다른 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 때에 생겨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사랑의 기쁨」 제129항)라고, 첫 연재에 썼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렇게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요한 바오로 1세 교황이 직접 말씀하신 원고

7개월이 넘는 동안 나는 가톨릭평화신문 창간 34주년 기획 특집 ‘부온 프란조’를 통해 이탈리아 피렌체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10분의 교황님, 그리고 로마에 살면서 알게 된 이웃 시뇨라 데레사와의 만남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글과 요리로 엮어냈다. 글 쓰는 것 말고 여타 일도 산적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송고한다는 일이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다. 그러나 마지막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 가장 보람되었고 이해 불가였던 순간의 기억도 있다.

‘요한 바오로 1세 교황님’에 관한 글을 쓸 때였다. 원고를 송고해야 할 당일 새벽까지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자료나 레시피까지 다 준비해 놓은 상태였지만, 글은 한 줄도 써지지 않았다. 새벽 4시, “알비노 루치아니(Albino Luciani), 누구일까 궁금하실 것입니다. 제 이름입니다. 아,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요한 바오로 1세 교황’입니다”라고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여명(黎明)이 밝아올 때, 나는 글을 마쳤고 울고 있었다. 일인칭으로 써내려간 그분의 스토리는 내가 쓴 것이 아니라 그분이 직접 말씀하시는 것과 같았다. 그분은 그렇게 나에게, 친구들에게 오신 것이다. 로마에서 살 적이나 가끔 로마를 가더라도 수요일 일반알현은 빼놓지 않고 참석한다. 교황과 함께 광장에서 진정한 ‘교회’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수많은 신자 사이에서 하나가 되는 일치감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하는’ 그 시간이 내겐 어느 고귀한 신학적 내용보다 더 소중하기에! 나는 그렇게 교황을 만나고 있다.


▲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의 렌틸.


12월 31일, 저녁 만찬 즐기며 불꽃놀이

불과 며칠만 지나면, 2023년 새해가 다가온다. 새해를 맞기 위한 한 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의 저녁 만찬(Cenone, 체노네)을 준비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열정은 성탄 전야의 저녁 만찬만큼이나 거창하다. 로마시가 온통 붉게 불타오르는 것처럼 온 시내가 붉게 타오를 땐, 새해를 맞기 위해 초읽기(Countdown)가 시작되고, 막 새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네로 황제가 생각날 정도다. 로마인들의 불꽃놀이는 그날 장관을 이룬다.

아울러 한 해의 마지막과 1월 1일에 이탈리아인들이 빼놓지 않고 먹는 음식 중에 하나가 렌티케(Lenticche, 렌틸) 요리이다. 동전을 연상시키는 둥글고 납작한 모양으로 인해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어서 새해 전야 저녁 식사 또는 1월 1일 점심을 위해 이탈리아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섣달 그믐날에 렌틸을 먹으면, 일 년 내내 행운이 따른다는 속담이 있기 때문이다. 새해 전야에 새해 복을 빌기 위해 렌틸을 식탁에 올리는 것이 전통이다. 이 전통의 기원은 고대 로마인들이 연초에 허리띠에 렌틸이 가득 담긴 가죽 지갑을 주면서 그것이 동전이 되기를 바라는 소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싼 육류에 대한 탁월한 대안이었던 렌틸은 실제로 미네랄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으며 지방이 적고 콜레스테롤과 글루텐이 없기에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다. 대중적 전통에 따르면, 렌틸이 동전으로 변하기를 바라면서 자정이나 아침에 먹는다고 한다.

새해 전야에 렌틸을 먹는 이유를 알았으니, 새해 전야제와 1월 1일에 2023년의 많은 부와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렌틸을 기반으로 하는 간단한 주파 레시피를 선물하고 싶다.

“Buon Felice Anno Nuovo(행복한 한 해 되세요, 부온 펠리체 안노 누오보)!”






레시피 / 렌티키에 주파(Zuppa di lenticchie, 렌틸 주파)

▲준비물 : 렌틸 250g, 감자 1개, 대파 100g(흰 부분), 방울토마토 7~8개, 물 1ℓ, 올리브 적당량(Extra Virgin 2큰술 정도), 소금, 후추, 월계수 잎 2장, 통곡물빵.

→팬에 대파를 얇게 썰어 올리브유에 볶는다.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깍뚝 썰기를 하여 같이 볶는다. 여기에 렌틸도 넣고 달달 볶는다.

→물과 월계수 잎을 넣고 뚜껑을 덮은 후 25분에서 30분간 중간 불에서 끓인다. 소금을 넣지 말아야 한다. 미리 소금을 넣으면, 렌틸이 잘 안 무른다.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자른 다음, 주파에 마지막으로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10분 정도 더 끓인다.

→통곡물빵을 깍뚝 모양으로 썰고, 종이호일에 펼치고 올리브유, 소금, 후추를 뿌린 다음 잘 섞어 200도에서 8분간 오븐에서 굽는다. 완성된 렌틸 주파에 얹고, 그 위에 올리브유를 살짝 얹는다.


▲모니카의 팁: 사실 돼지의 코데키노(Cotechino, 고기 순대)와 잠포네(Zampone, 족발)를 넣고 요리하는 것이 전통이다. 그러나 내겐 너무 기름진 음식이어서 먹기 어려웠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에서부터 요리로 사용된 역사 깊은 렌틸을 요즘 젊은이들은 두부 비슷하게 해먹거나, 앙금을 내어 파스타로 해먹기도 한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음식이 렌틸뿐만은 아니다. 행운을 불러오는 또 다른 것 중 하나는 석류다. 석류는 전통적으로 좋은 와인 한 잔에 담가야 행운을 불러오는 과일이며, 또 다른 대중적인 전통은 번영과 행운을 부르기 위하여 자정에 12개의 포도를 먹기도 했다.


                             고영심(모니카) 디 모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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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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