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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5년 새 8배 늘어난 연명의료 중단 사례, 가톨릭이 바라본 연명의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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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면서 5년 만에 연명의료 중단 사례가 약 8.4배 늘었다. ‘과도한 의학적 치료’를 양심 안에서 그만두는 연명의료 중단은 정당하지만, 생애 말기에도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3월 31일 지난 2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64만4457명, 실제 연명의료중단 건수는 26만8223건이라고 밝혔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된 2018년 2월에 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10만529명에서 약 16배 늘었고, 연명의료중단 건수도 3만1765건에서 약 8.4배 증가했다.

연명의료는 의학적으로 임종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 과도하고 ‘불균형적’인 시술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상 19세 이상 성인은 ‘임종을 앞둔 상황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담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임종을 앞둔 상황에서도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수단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이들이 연명의료 중단에 관심을 두게 됐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했고, 고(故)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도 생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도한 의료행위를 통한 생명활동 유지에 집착하기보다 생명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겠다는 겸허한 자세를 보인 교회 지도자들의 모습은 신자들에게 좋은 표양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연명의료 중단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신앙인의 의무는 아니다. 오히려 가톨릭생명윤리 전문가들은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행위를 함부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임종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지, 연명의료인지에 대한 판단이 각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판단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어떤 의료행위가 ‘연명의료’인지를 구별하려면 그 의료행위가 ‘불균형적’인가를 살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균형적 의료행위란, 환자의 상태에 비춰 환자에게 도움이 되며 과도한 부담이나 부작용을 동반하지 않는 적절한 의료행위다. 환자에게 효과는 미미하지만, 환자에게 끼치는 부담이나 부작용이 과도하게 크다면 불균형적 의료행위, 즉 연명의료에 해당한다. 특정 의료행위가 연명의료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연명의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수분·영양 공급 등 말기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돌봄 행위는 연명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

1980년 교황청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은 안락사에 관한 선언 「가치와 권리」를 통해 치료수단의 균형적 사용을 강조하면서 “각각의 경우에 환자의 상태와 그의 신체적·도덕적 힘을 고려하며 치료법의 유형, 거기에 수반되는 어려움과 위험의 정도, 필요한 비용과 적용 가능성을 기대하는 결과와 비교해 수단을 잘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환자의 상태가 고려되지 않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주교회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관한 지침과 해설」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이 실제로 균형적인 의료행위가 될지, 불균형적인 것이 될지를 미리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실제 상황에서 균형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실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 주의해야 할 점은 ‘연명의료 중단’을 ‘존엄사’라고 불리는 안락사와 혼동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발의한 ‘연명의료결정법 일부 개정안’은 의사조력자살, 곧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법안은 ‘조력 존엄사 법안’이라고 불리며, 안락사를 마치 ‘존엄한 죽음’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존엄사’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한 오리건주의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에서 온 말이다. 이후로 존엄사라는 표현은 의사조력자살이나 소극적 안락사,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 등을 뭉뚱그리는 용어로 사용돼왔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인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연명의료 중단과 달리 의사조력자살은 명백한 ‘살인’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안락사는 이른바 ‘과도한 의학적 치료’를 그만두는 것과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며 “안락사는 인간에 대한 고의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살해 행위”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소장 박은호(그레고리오) 신부는 “연명의료결정법은 의료중단의 이행을 임종기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말기로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신자분들이 생의 말기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배울 기회를 많이 접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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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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