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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C 50주년 총회 「방콕 문서」 무엇을 담았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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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가 지난해 10월 12~30일 태국 방콕대교구에서 개최했던 50주년 총회 논의 내용을 종합한 「방콕 문서」(Bangkok Document)에는 아시아 복음화의 ‘새로운 길’이 담겨 있다.

「방콕 문서」의 제목 ‘아시아 민족으로서 함께 여행하기,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른 길로 갔다’(Journeying Together As Peoples Of Asia… And They Went A Different Way)는 FABC 50주년 총회 모든 참가자들이 총회에서 함께 여행을 마친 뒤 동방박사들처럼 각자 새로운 길로 가게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방콕 문서」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의 시작인 이유다.

「방콕 문서」는 서문(Introduction)과 ▲함께하는 여정(Journeying Together) ▲바라보기(Looking) ▲식별하기(Discerning) ▲재능 나누기(Offering Our Gifts) ▲새로운 길 따르기(Following New Pathways) 등 본문 5개 장을 포함해 모두 6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방콕 문서」에 담긴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방콕 문서」 작성 과정

FABC 50주년 총회 논의 결과를 담은 「방콕 문서」는 총회에 참석한 아시아 29개국 주교단 150여 명, 사제단 60여 명, 교황청 등에서 온 초청인사 50여 명은 물론, 수도자와 평신도들의 목소리를 집대성했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라 교회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아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방콕 문서」는 지난해 10월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 사목센터에 모인 아시아 각국 참가자들이 의견을 모아 제출한 초안과 수정안을 FABC 50주년 총회 중 승인한 뒤 총회가 끝나고 FABC 편집팀(Editorial Team)이 수정안 검토와 확정을 거쳐 FABC 중앙위원회(Central Committee)가 3월 3일 최종 승인해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교회가 당면한 과제

「방콕 문서」 서문(Introduction)에는 FABC 50주년 총회 개최 취지와 아시아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사목적 과제가 설명돼 있다. FABC는 50주년 총회 개최 경과와 목표를 마태오복음 2장에 나오는 ‘동방박사’(Magi)가 걸었던 여정에 비유했다. 아시아교회는 오늘날 시대의 징표를 해석하면서 하느님의 별(Star of God)로부터 인도를 받아 FABC 50주년 희년 총회를 개최했다.

아시아교회가 바라보는 현 시대는 모든 이에게 생명의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을 온전히 새롭게 하고, 그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특별히 주변부에서 소외된 이들과 개발이 낳은 상처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찬미받으소서」 49항)를 위한 사명으로 나아갈 때다.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민족과 창조물을 다 끌어안고, 자비로운 아버지와 인자한 어머니가 우리를 돌보듯 다양한 도전과 위기에 직면한 아시아교회가 걸어갈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시기 때문이다.

「방콕 문서」는 아시아교회가 놓여 있는 지정학적 상황을 언급하면서 다민족, 다문화 대륙에서 소수 종교인 가톨릭교회가 선교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아시아대륙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시아교회가 복음의 가르침에 근거하면서 평화, 정의, 협력 등 아시아 민족들의 공통된 요청에 함께한다면 아시아 내 소수자(a minority)인 교회가 다양한 민족들이 겪는 기쁨과 고통에 동참할 수 있고, 현재의 사회, 경제, 정치적 현실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가 보다 존중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여정 - 경계 뛰어넘기

「방콕 문서」는 아시아교회가 동방박사들의 행로를 기본 틀로 삼아 정의와 평화가 충만한 삶을 건설하는 하느님의 계획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그러면서 아시아교회는 예수님의 사도로서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방박사들은 ‘함께 별을 따라’ 예수님께 경배하러 온 뒤 ‘각자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는 사실에서 아시아교회들이 각자 처해 있는 특수성 안에서도 서로의 경계(Borders)를 초월해 연대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고 이해할 수 있다.

「방콕 문서」 본문 첫 번째 장 ‘함께하는 여정’(Journeying Together)의 부제는 ‘시노달리타스의 요청에 부응하기’(Responding To The Call Of Synodality)이다. 「방콕 문서」는 예수님을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하기 위해 그리고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익숙한 장소’(Familiar Ground)를 먼저 떠나라고 요구한다. 익숙한 장소를 떠날 때 하느님의 요청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동방박사들도 자신들의 안식처를 떠났기 때문에 함께 여정에 나설 수 있었다.

마태오복음에 그려진 동방박사들이 이방인(Gentiles)이라는 점도 아시아교회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 아시아의 다양한 역사적 배경이 공존하는 환경은 교회로 하여금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 자신이 우리를 ‘아버지의 집’으로 초대하는 길임을 계시해 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노예살이도 하고 사막에서 배고픔과 목마름에 마주했 이스라엘 민족이 그랬던 것처럼 걸어가야 할 길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받기도 하고 현세적 욕구를 갈망할 때도 있다. 그러나 동방박사들이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길을 찾아갔듯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할 때 우리가 시작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계속 이어갈 힘을 얻게 된다.

「방콕 문서」는 아시아교회가 계속 걸어가야 할 시노달리타스 여정에 필요한 3가지 요소로 교감(Communion), 참여(Participation), 사명(Mission)을 제시한다.

교감은 타인을 배제하려는 경향성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모든 세례받은 신자들은 각자의 역할은 달라도 동등한 존엄성을 지니고, 선택된 민족이며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 참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시고 모든 지체가 같은 성령에 의해 생명을 갖게 된다는 명백한 증거다. 참여 정신은 교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카리스마에 따라 균형 있는 역할을 맡도록 안배하는 반면, 참여 정신이 결여되면 교회는 ‘성직자 중심의 교회’(Clerical Church)로 축소된다.

사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적했던 자기 지향성(Self-referentiality)과 대조된다. 우리가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할 때 자기 지향적이 된다. 「방콕 문서」는 아시아교회의 선교 또한 사람들을 교회에 봉사하게 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봉사자인 교회가 사회를 섬기는 모습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요청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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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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