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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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복음화의 대상이 아닌 주역이며 ‘첫째 사도’

‘지쳐가는 청소년 사목의 EXODUS!!’ 학술 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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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운데)와 김종강 주교(왼쪽), 문창우 주교(오른쪽) 등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소년은 복음화의 ‘대상’이 아닌 복음화의 ‘주역’이다. 하느님 백성으로서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는 교회 사명을 수행할 의무와 능력이 젊은이들에게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가 2021년 5월 펴낸 「한국 천주교 청소년 사목 지침서」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4월 29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지침서를 토대로 청소년 사목이 시대의 징표에 맞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위원장 김종강 주교)와 살레시오회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소장 윤만근 신부)가 공동 주최한 ‘지쳐가는 청소년 사목의 EXODUS!!’ 학술 심포지엄이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청소년도 엄연한 복음화의 주역

보편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청소년을 ‘어른과 동등한 평신도 사도’로 바라봤다. 1965년 11월 공포된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은 “청소년들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커다란 힘을 지니고 있다”며 “청소년들이야말로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첫째 사도가 되어야 하며, 자기들이 사는 사회 환경을 고려하여 자기 자신들 가운데에서 자기 자신들을 통하여 사도직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현재 한국 가톨릭교회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여전히 그 시각은 공의회 이전 수준에 멈춰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이 ‘수동적이며 사목의 대상자’라는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가 지침서를 펴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기조 강연을 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지침서」의 의의 중 하나는 청소년 사목을 정의한 것”이라며 “가톨릭 교리와 사상에 기초한 전인적인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세상 복음화와 청소년 복음화의 주역이 되도록, 교회가 공동체와 동반하는 사도직 활동이 바로 청소년 사목”이라고 설명했다.



교회, 청소년을 성소 차원으로 바라봐야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청소년 스스로 다른 교회 구성원과 함께 공동 책임을 지니고 자신에게 주어진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인 복음화에 충실한 것’.

이진옥(페트라,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선임연구원) 박사는 청소년이 복음화의 주역이 된다는 것을 이렇게 풀이했다. 즉, 청소년이 일주일에 한 번 주일학교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신앙 성숙에만 집중하는 것을 넘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면서 다른 이들에게 증거하며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이를 위해 청소년 사목자는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도록 청소년과 동반해줘야 한다”며 ‘동반자 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목자는 청소년이 복음화의 주역이 되도록 교육적으로 동반하도록 청소년을 그리스도의 성소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성소 차원으로 청소년을 바라보고 동반하는 것은 결국 청소년이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 삶의 중심에 두고, 주님을 향하도록 이끌어 준다는 의미다. 이 박사는 “여기서 말하는 성소는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로 구분되는 신원적 차원을 포함해 넓은 의미에서의 성소, 즉 생명으로 부르심, 주님과 나누는 우정으로 부르심, 성덕으로 부르심 등을 다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에겐 사랑을 줄 동반자 필요

청소년에겐 과연 어떤 동반자가 필요할까. 윤만근(살레시오회, 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는 “동반자는 청소년들에게 먼저 다가감으로써 신뢰를 구축하고, 그들이 마음을 개방해 현실적인 상황과 도전에 관해 나누는 이야기에 경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친절한 사랑을 통해 청소년들이 존재 자체로 하느님께 사랑을 받고 있음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절한 사랑은 온유함ㆍ자비심ㆍ관대함ㆍ상냥함을 포함한 다양한 특성을 지니며, 마음으로 소통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게 윤 신부의 설명이다.

윤 신부는 “희망과 소망을 일깨우는 친밀함의 언어, 관대하고 친근하며 실질적인 사랑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세일(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신부도 “사랑은 본질에서 교회의 친교 양식”이라며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라, 쌍방이 존중하고 경청하며 서로에게 배워 나가며 우정과 유대를 증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신부는 “특히 감수성 가득한 신앙 감각과 희망찬 비전을 지닌 가톨릭 청소년을 양성하고 돌보기 위한 교육은 ‘사랑의 동반 여정’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성당, 청소년이 환대받고 머물 수 있는 공간 돼야

정규현(서울대교구, 서강대 박사 과정) 신부는 “청소년들이 교회 공동체로부터 환대받아 마음 놓고 성당에 머물고 활동할 수 있는 ‘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시와 세간의 경쟁 사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교회가 청소년을 위한 휴식과 위안, 능동적 활동의 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신부는 “그곳에 청소년을 동반해 주는 사목자와 봉사자가 함께하며 신앙에 대한 성찰과 나눔 속 친교를 체험한다면, 침체한 신앙생활과 양성에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주요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반 여정을 위한 제언으로 ‘생동감 있는 전례 참여’를 제안했다. 청소년에게 전례를 ‘보는’ 지루한 광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하느님 현존 체험의 장이자, 자신의 노력을 봉헌할 수 있는 거룩한 교환의 장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신부는 “청소년들의 미사 전례에 대한 바람을 파악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자리와 그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 세곡동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이 미사 후 성당 로비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정한결씨 제공.


청소년에게 중요한 것은 능동적인 전례 참여

현장에서 지침서 내용을 실천하는 사제와 교리교사들은 이 같은 주장에 공감했다. 10년 동안 청소년 사목에 투신하고 있는 김용수(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 교리교육부국장) 신부는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기’, ‘나이별 역할 주기’, ‘미사 참여자 모두 성가 부르기’ 등 방식으로 청소년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한다고 전했다. 또 ‘전례음악축제’와 ‘전례음악 아카데미’ 등을 통해 올바른 전례 반주가 되도록 돕고, 전례 시기에 따른 선곡과 다양한 악기 사용법도 알려준다고 했다. 「미사 통상문 해설」 발간 제안과 제구 모형 키트 발매도 김 신부가 설명한 방안이다.

한편, 13년째 중고등부 교리교사를 해온 정한결(프란치스코, 서울 세곡동본당)씨는 밴드 미사를 소개했다. 정씨는 “청소년들의 능동적 미사 전례 참여를 위해 2021년부터 밴드 미사를 추진했다”며 “청소년들이 밴드 미사만으로도 스스로 본당 공동체의 일원이자 주인공이며, 공동체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신자 입장에서도 청소년들이 공동체에서 드러나고 빛이 날 때 공동체에 활기가 돌고 사랑의 순환이 이뤄진다”며 이같은 활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지쳐가는 청소년 사목의 EXODUS!!’ 심포지엄은 cpbc 가톨릭평화방송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다.
(1부: https://www.youtube.com/live/aLMWgAa4CQw?feature=share)
(2부: https://www.youtube.com/live/2EET79-Strc?feature=share)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에서 제작한 가톨릭 제구 모형 키트 표지. 김용수 신부 제공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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