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계성초등학교 아이들의 노력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계성초등학교의 점심시간.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다 마신 플라스틱 주스병을 들고 급식소 밖으로 우르르 나갔다. ‘버리지 않고 왜 들고 나가느냐’고 묻자 한 학생이 대답했다. “주스병 라벨 떼고 씻어서 버려야 해요.” 수돗가에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주스병에 붙은 라벨을 떼고 헹군 뒤 뚜껑을 분리해 버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익숙한 듯 주스병을 헹군 물은 그냥 버리지 않고 화단에 줬다. 계성초 학생들의 100 자원 재활용을 위한 노력이다.
학생들이 주스병을 분리배출하는 동안 ‘학생기후행동 365’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마이크와 기후위기 대응 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벌였다. “요즘 지구가 급격하게 오염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많은 자원을 사용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여봐요.”,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합니다. 양치하는 시간 3분이라도 물을 아껴보세요.” ‘학생기후행동 365’ 학생들은 캠페인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학생들이 분리배출 하는 것을 돕기도 하고, 주스병을 한데 모아 정리하기도 했다.
계성초 학생들의 이런 노력은 교장 정영숙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도회)가 지난해 3월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정 수녀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임했다. 계성초는 현재 급식 후 발생하는 플라스틱 우유병과 요구르트병 등을 분리배출 하는 것 이외에도 텀블러와 손수건도 사용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계성초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매주 한 차례씩은 육류 대신 채식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기후행동 365’에서 활동하는 이유완(스테파노, 6학년)군과 황지원(요안나, 6학년)양은 지난해부터 1년 동안 활동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것이 변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완군은 “활동을 하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인류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깊이 느끼고 있다”며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이자 동물들도 함께 살아가는 곳이며, 오염된 것을 되돌리긴 힘들어도 새로운 오염은 막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황지원양도 “지구는 우리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인류가 그것을 망가트리면 안 된다”며 “분리배출도 열심히 하고, 샤워시간도 줄여 물도 아끼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채윤(클라라, 5학년)양은 “많은 사람이 말로만 이야기하고 실천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저희가 앞장서서 실천함으로써 어른들이 다 하지 못한 실천을 해나가면 좋겠다”고 했고, 이지민(5학년)양도 “더 많은 어른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지구 살리기의 당위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인간 때문에 아파하는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것도 인간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지구는 점점 더 아파져 더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될 수도 있고, 더 이상 열이 오르지 않고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커다란 지구에 비하면 너무 작은 존재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노력이 모이면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실천하는 계성초 학생들에겐 오늘도 지구를 생각하는 예쁜 마음이 자라고 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하나루프’ 대표 김혜연·안영석 부부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포기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뛰어든 부부가 있다. 각기 물리학과 전산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던 ‘하나루프’ 김혜연(도르가) 대표이사와 안영석(아우구스티노) CTO는 온몸으로 기후변화를 직면하고는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렸다.
2016년 미국에 거주할 당시 건조 기후가 이어졌고,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산불이 크게 났다. 해가 질 무렵 시커먼 재가 집으로 덮칠 때, 김 대표는 마치 종말을 다룬 SF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상황이 4개월간 이어졌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결정적으로 코로나19 펜데믹을 겪으면서 부부는 친환경 유튜브를 시작했다. 개인의 역량을 모아 큰 힘을 발휘해보겠다는 당찬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러 노력과 실험 끝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길로 귀국해 기업이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세웠다. 지금의 ‘하나루프’다. 자연의 지혜로운 선순환을 되살리고, 사람도 무한의 루프 속으로 되돌아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자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안 CTO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에 대한 탄소 규제가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며 “기후변화를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 단계”라고 말했다.
하나루프는 실시간 탄소 관리로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지속 가능한 세상을 추구하고 있다. 기업의 탄소배출 활동 중 공공데이터는 자동으로 수집해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준다.
올해 4월까지 정부 지원금으로 개발과 관리에 착수했고, 조금씩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부부는 탄탄한 미래 대신 지금의 도전을 선택한 이유로 ‘부정의’(不正義)를 꼽았다.
“배출하는 나라와 사람, 세대, 그리고 피해받는 나라와 사람, 세대가 다릅니다. 억울하잖아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노력이라도 해봐야죠.”
안 CTO는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언급하는 것처럼 우리는 공동의 집인 지구를 같이 공유하며 살고 있다”며 “그동안 많이 파괴했으니 이제 회개하고 화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솔직히 쉽지 않은 과정을 겪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자녀 세대에게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과 바다, 땅을 볼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세상을 마련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개인의 역할은 물론 기업과 정부 등 모두가 힘을 모아야 가능합니다. 저희 부부는 지금 하느님을 CEO로 생각하면서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고 지혜를 모은다면 말입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생태적 회심은 신앙인의‘ 의무’
교회 내 생태환경 전문가들은 더 많은 이가 지구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적극 권했다.
춘천교구 가정생명환경위원장 김선류 신부는 “신자들 가운데에는 아직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단순한 환경 운동 정도로 인식하는 이들도 꽤 되는데, 그리스도인에게 생태적 회심과 피조물 보호의 여정은 신앙인의 의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이가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여정이 더욱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참여가 전제된 사제 교육과 신자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며 “찬미받으소서 여정은 단순한 환경 운동이 아니라 복음화 여정이며, 지자체와 시민단체, 종교 간 다양한 연대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선임팀장 겸 가톨릭기후행동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운영위원은 “7년 여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은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에 응답하는, 가톨릭 신자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지구를 위한 한국 교회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교구 전체가 운영과 사목을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전환을 더욱 꾀하고, 정부와 국회, 기업에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