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5) 신약성경의 시노달리타스(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본 기획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 예수님의 ‘길’을 뒤따르는 교회의 ‘길’인 시노달리타스

예수님의 ‘길’을 뒤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는 자신을 ‘길’로 표현한다.(사도 9,2; 19,9.23; 22,4; 24,14.22) 초대교회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인 시노달리타스는 예수님의 ‘길’을 기억하고 해석하며 다시 새롭게 실천하는 여정이다. 이 여정은 성령과 함께 걷는 교회의 ‘길’이다. 성령은 교회 공동체를 건설하신다. 예수님은 약속하신 대로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셨고, 성령을 통해서 교회가 태어났다. 성령은 여러 민족들의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예수님의 복음과 그분에 관한 복음을 전하게 하신다. 교회의 시작에 함께하신 성령은 계속 교회 안에 머무르면서 교회를 가르치시고, 교회에 필요한 다양한 은사와 직분을 선사하시며, 교회의 다양한 지체들이 일치를 이루도록 이끄신다.(「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18·19항 참조)


■ 함께 ‘길’을 걷는 교회

사도행전 2장 42-47절과 4장 32-35절 말씀은 초대교회의 생활 방식을 요약하여 표현한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사도들의 가르침, 친교, 빵의 뗌,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2,42) 여기에서 교회의 ‘길’은 사도들의 가르침에 대한 공동 경청, 공동체의 친교, 공동 식사와 빵을 떼어 나누는 성찬례의 공동 전례, 그리고 공동 기도를 통해 잘 드러난다. 교회의 ‘길’은 ‘함께’의 특성을 가지는 다양한 공동의 방식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초대교회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공유 공동체이다.(사도 4,32) 예수님의 ‘길’을 뒤따르는 교회의 ‘길’은 하느님 나라의 대안적 질서와 가치를 현실 안에서 실천한다. 함께 ‘길’을 걷는 교회 공동체는 필요한 이가 충분함을 누리는 나눔과 섬김, 형제-자매됨의 상호성과 연대성, 친교의 실현에 투신한다. 그래서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4) 이와 같이 함께 ‘길’을 걷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길’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 교회 내부의 갈등과 해결의 방식

사도행전 6장 1-7절에서는 예루살렘에 있던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그 해결의 과정을 전한다. 이 본문의 구조는 문제 발생(1절), 문제 해결(2-6절), 결과(7절)로 짜여 있다. 양식 배급에서 그리스계 유다인의 과부들이 홀대받은 것으로 인해 공동체 안에 갈등이 발생한다.(1절)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열두 사도는 제자들의 공동체 전체를 소집한다.(2절) 여기에서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공동 식별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사도들은 식탁 봉사의 직무를 담당할 일곱 봉사자를 선출하기를 제안하고, 자신들은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고자 한다. 이에 공동체는 공동 합의하여 봉사자들을 선출하고, 사도들은 기도하고 안수하였다. 7절은 본문의 결과로써 공동체의 회복과 교회 공동체의 성장이 서술된다.

이처럼 초대교회 내부에 갈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사도들은 전체 제자들의 공동체를 소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전체 공동체는 교회 정체성의 본질과 우선적인 사명에 대한 공동 식별과 공동 합의를 통해 문제의 해결에 이른다. 여기에서 예수님의 ‘길’을 뒤따르는 교회의 ‘길’인 시노달리타스의 정신과 과정이 분명하게 잘 드러난다.


■ 시노드의 전형인 예루살렘 사도 회의

사도행전 15장 1-35절에서는 예루살렘 사도 회의의 원인, 배경, 전개 과정, 결과의 이야기를 전한다.(「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20~22항 참조) 이 본문의 구조는 문제 발생(1-5절), 문제 해결(6-21절), 결과(22-35절)로 짜여 있다.

이방인 그리스도인도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로 말미암아 안티오키아 공동체에 ‘적지 않은 분쟁과 논란’(2절)이 일어났다. 갈등을 일으킨 이들이 유다에서 왔기 때문에 안티오키아 공동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바오로와 바르나바 등을 예루살렘으로 파견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정체성과 사명뿐 아니라 이방인 선교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에서 사도들과 원로들이 모인다.(6절) ‘오랜 논란 끝에’ 베드로(7-11절), 바르나바와 바오로(12절), 야고보(13-21절)가 발언한다. 마침내 사도 회의는 공동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사도들과 원로들은 온 교회와 더불어 공동 결정의 내용을 편지로 써서 안티오키아 공동체로 보낸다. 이 편지는 “성령과 우리는 … 결정하였습니다”(28절)라고 표현한다. 바오로와 바르나바, 그리고 예루살렘 공동체에서 파견된 유다와 실라스는 안티오키아에서 공동체를 모아 편지를 전하였고, 공동체는 편지를 읽고 기뻐하였다.(30-31절)

이처럼 예루살렘 사도 회의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 다른 경험, 다른 관점들이 만난다. 유다교에 뿌리를 둔 초대교회는 그 유다교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넓은 세계로 뻗어가려는 중요한 시점에 있었다. 공동체 안에는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동시에 변화를 두려워하며 여전히 과거에 머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리사이파 출신 그리스도인들, 갈릴래아 호수의 어부 베드로, 헬레니즘 세계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바오로, 그리고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인 야고보의 경험 세계와 생각은 서로 달랐다. 이 서로 다른 생각들은 공동체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된다. 자유롭고 공개적인 의사 표현과 토론 끝에 공동체는 공동 식별을 통해 마침내 변화와 미래를 선택하는 공동 합의와 공동 결정에 이른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다른 형제들을 끌어안으며 공동체는 미래로 한걸음 성큼 나아간다.

공동체가 자신의 가치와 미래를 선택하는 과정은 예수님의 ‘길’과 복음적인 방식을 따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공동 모임, 공동 토론, 공동 경청, 공동 식별, 공동 합의, 공동 결정, 공동 책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예루살렘 사도 회의는 시노달리타스가 구현된 시노드의 전형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신약성경의 시노달리타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예수님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은 함께 ‘길’을 걷는 시노달리타스이다. 따라서 오늘의 현실 안에서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면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의 ‘길’을 다시 새롭게 선택하고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5-3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30

시편 85장 13절
주님께서 복을 베푸시어, 우리 땅이 그 열매를 내어 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