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온 편지] 몽골에서 장계자 수녀(1)
몽골 노밍요스 초등학교에서 1학년 아이들이 수업에 임하는 모습.
몽골의 사계절
몽골은 사계절이 뚜렷한 대륙성 기후이지만, 여름은 짧고 겨울이 길다. 10월부터 4월까지 겨울이 이어진다. 봄이 돼도 겨울이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는다. 5~6월의 봄은 변덕이 심해 하루 중에도 사계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몽골에서는 성격이 이상한 사람을 ‘봄 날씨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24.3도. 7월에는 16.6도이지만, 최저 영하 48도에서 최고 39도에 달해 기온 차가 극심하다.
울란바토르의 1년 강수량은 230~300㎜밖에 되지 않는다. 원래 장마철이 없는 나라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을 만큼 비를 반기는 것이 몽골인들이다. 그런데 2018년 6월 이후로는 장마가 잦아졌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겨울도 3년간 계속되기도 했다. 기후가 변한 것이다. 기온도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지구 온난화 영향 때문이다. 자연에 대해서는 순응적으로 극복하던 몽골인들이지만, 겨울이 겨울을 잃고, 여름이 여름이 아닌 기후 재앙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다행히 2022년에는 겨울다운 겨울을 맞았다.
2007년 몽골 선교 순명을 받고 몽골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 없이 도움이신 성모상을 품에 안고 12월 8일 무염시태 축일에 도착했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1-33)라는 예수님 말씀을 새기고 몽골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엔 다르항시 살레시오회 형제들 집에 머물며 몽골어를 배우고, 매일 오라토리오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새로운 몽골 기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늘 약속 시각보다 늦게 왔다. 이들을 만나려면 적어도 30분 내지 1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선 큰 인내심이 필요했고, 매일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들에겐 9시 5분이나 9시 55분이나 모두 9시였다. 우리와는 시간 개념이 다르다.
몽골인들은 가족 결속력이 강하다. 이들은 이후 나와 동료 수녀들을 통해 살레시오 가족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나중에는 자신들이 살레시오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초기에 오라토리오에 매일 왔던 남자 꼬마 아이가 지금은 사제를 꿈꾸며 지원자로 양성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와 함께 지낸 아이들이 잘 성장하여 사제와 수도자로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노밍요스 초등학교에서 바라본 인근 게르촌 마을 모습.
몽골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살레시오 수녀회 수녀들의 모습. 왼쪽부터 알렉 코르테즈 에반젤리스타·박혜자·최정희·고지마 하나꼬 데레시아·장계자 수녀.
선교 척박지 몽골
몽골의 종교 활동에 관해 알게 되면 이곳에서 선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다. 몽골 가톨릭의 기원은 13세기 원나라 때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1368년 원나라가 망한 후 소멸됐다는 기록이 있다. 다음은 소련이 붕괴하면서 소련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하던 몽골 경제도 한순간에 무너지자, 몽골 정부는 서방 세계와의 교류에 눈을 돌렸고, 교황청에 선교사 파견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1992년 몽골 정부는 바티칸과 수교했다. 몽골은 주한 교황청 대사관 산하 지목구다. 현재 몽골에는 60명의 선교사가 있다. 천주교 대전교구가 몽골 한인성당을 돕고 있다. 몽골의 본당 수는 9개. 6개 본당은 수도 울란바토르에, 나머지는 다르항, 우르항가이, 에르데네트에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몽골 정부는 선교사를 초청했지만, 종교는 사실 잘 모른다. 오히려 외국 종교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에 종교 활동을 교회 건물 안에서만 하는 것으로 제한하였고,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종교 활동을 하면 추방 명령을 강행하고 있다.
이렇게 형식상으로는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몽골 여론은 종교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또 몽골인들은 신에 대한 경외심은 있지만, 기복 신앙이 강하다. 누군가 아플 때, 죽을 때 신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몽골인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해서도 ‘자신이 힘들 때 찾는 신’으로만 받아들이는 수준이다. 그런 면에서 주일 미사 의무 참여에 대한 교리를 이해시키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교육하며 사랑 전하기
현재 우리 살레시오 수녀회가 학교, 유치원, 교육센터를 하고 있는 오르비트(ORBIT) 지역은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에서 16㎞ 떨어진 변두리 게르 촌이다. 우리 바로 옆집은 한국에서 온 감리교회가 있는데, 25년 전부터 여기서 선교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2009년에 처음 오르비트에 와서 땅을 구입할 때만 해도 십자가가 보이지 않았는데, 얼마 후에 와서 보니 큰 게르 위에 십자가가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이웃하며 살고 있다. 우리 센터를 개신교회로 알고 찾아오는 이들도 가끔 있다.
우리 살레시오 수녀회는 2013년 9월 ‘고이혼도(예쁘다) 유치원’을 개원했다. 2014년에는 ‘노밍요스 초등학교’를 개교했다. 교육 선교활동을 해온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교직원들은 가톨릭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세례를 받은 사람은 없다.
노밍요스 초등학교는 사립이어서 최소한의 등록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에 있는 사립학교 가운데 학비가 가장 저렴하지만, 그 금액도 낼 수 없는 어려운 형편의 학생에게는 상담을 통해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에 주소가 등록돼 있지 않아 공립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 맞벌이 부부 자녀, 동사무소에서 추천받은 생활보호대상자 자녀들, 그리고 살레시오 교육의 탁월함을 알아본 교육열 높은 이들의 자녀도 우리 학교로 온다. 대부분 아이들이 아침을 거르고 오기 때문에 모든 학생에게 아침 간식, 점심, 오후 간식을 제공한다.
하느님 나라 건설이라는 목표
학부모들은 한국 사람인 나를 보고 편하게 살 수 있는 한국을 떠나 왜 이렇게 고생하느냐고 걱정도 해준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사심 없이 투신하는 우리 수녀들을 보고 감동받아 자발적으로 돕겠다는 이들도 있다. 또 우리를 통해 나누고 봉사하는 삶을 알고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선교 활동의 보람을 느낀다.
“씨스터 박샤!(수녀 선생님), 당신은 어떻게 하길래 모든 아이들이 당신을 좋아하나요? 저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한 남자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오! 그래, 그럼 내가 너에게 숙제를 하나 내주고 싶은데 괜찮겠니?” “네 내주세요.” “앞으로 일주일 동안 수녀님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말해 줄래?” 웬만해서는 웃지 않는 퉁명스러운 그 어린이의 질문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우리의 교육 슬로건은 ‘교육하면서 복음화하고 복음화하면서 교육한다’이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고, 어른들에게는 삶의 증거를 통해 복음을 선포한다. 공동선을 향하고 하느님 나라 건설이라는 우리의 목표는 뚜렷하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오늘도 우리 노밍요스 초등학교 교육 공동체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5-901-182964
예금주 : 살레시오수녀회
ARS 후원 : 060-700-2023(한 통화 1만 원)
장계자 마리아 도메니카 수녀
(살레시오수녀회, 몽골 노밍요스 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