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세계시노드 사무처(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는 세계주교시노드(이하 시노드) 진행을 위한 다양한 실무를 맡은 부서다. 시노드에 관련된 모든 행정에서부터 시노드 관련 문서 작성과 보급, 시노드에 관련된 모든 이들과의 소통에 이르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0월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를 앞두고 세계시노드 사무처는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세계시노드 사무처에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을 만나 이번 시노드의 의미를 들어봤다.
“하느님 백성 모두는 이번 시노드에 초대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세례를 받았고 성령께서 세례 받은 이들을 통해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일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레크 추기경은 “이번 시노드의 주체는 주교가 아니라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노드에서는 먼저 교구가 교구 내 각계각층 신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 경청의 결과를 각 주교회의가 식별했고, 세계 112개 주교회의를 비롯해 자치구와 수도회, 평신도협의회 등에서 진행한 경청의 결과를 시노드 사무처에서 수합했다.
경청 과정만이 아니다. 주교만이 아니라 사제, 수도자, 평신도에 이르는 하느님 백성의 여러 구성원들도 이번 시노드의 투표에 참여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시노드를 기해 사무처 이름도 ‘주교 시노드 사무처’에서 ‘시노드 사무처’로 변경됐다. 주교만의 시노드가 아니라 세례 받은 모든 이들, 곧 모든 하느님 백성이 이 시노드에 초대받았다는 것이다.
그레크 추기경은 “성령은 세례 받은 모든 이들의 특권이고, 성령께서는 세례 받은 이들을 통해 말씀하신다”며 “그래서 시노드는 모든 세례 받은 이들, 나아가 가톨릭만이 아닌 다른 교회에서 세례 받은 이들까지도 참여하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레크 추기경은 “주체가 하느님 백성이라는 말이 주교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레크 추기경은 “자신이 돌보는 하느님 백성이 없는 주교는 없고 하느님 백성 없이는 주교가 있을 수 없다”면서 “하느님 백성이 시노드의 대표라면, 주교들은 시노드 여정의 산 증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교의 직무는 교회 안에서 하느님 백성이 올바른 식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기에 주교들이 식별하는 회의는 시노드를 완전하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어떤 과정이든 처음은 다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이기에 긴장도 있고 어려움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 새로운 생각을 하게끔 하는 은총도 있습니다.”
이번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희망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거부감이나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나 강력하게 비판하는 이들 역시 많았다. 그레크 추기경은 그런 반응에 “정상적인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레크 추기경은 “지난 2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비판도 했지만, 지금은 그중 많은 분들이 이 제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면서 비판과 반대의 여론이 오히려 “시노달리타스를 알아가는 하나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노드 방식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이고 경청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의지가 무엇인지 계속 들어야 합니다.”
여성 사제와 부제 서품, 성소수자(LGBTQ+)에 대한 교회의 입장과 사목적 배려, 이혼 후 재혼한 가정 문제 등 이번 시노드 과정에는 그동안 교회 안팎에서 제기됐던 수많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세계의 모든 보고서를 수합하고 살핀 그레크 추기경은 “이런 문제들을 마주하며 교회는 무엇인가, 누가 교회인가 라는 질문으로 다가가게 됐다”면서 “이 답은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기에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주교회의가 보낸 보고서에도 강조했듯이 답을 주지 않는 교회에 실망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노드는 그저 하나의 회의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 그 자체이십니다. 성령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저희는 계속 무릎 꿇고 기도하며 성령의 말씀을 경청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도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레크 추기경은 무엇보다도 기도를 요청했다. 모든 하느님 백성을 위한 이 시노드가 성령의 말씀을 경청할 수 있도록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구 단계와 주교회의의 식별이 끝났지만, 여전히 이 시노드의 주인공은 모든 하느님 백성이고, 여전히 참여하는 중이다.
그레크 추기경은 “이번에 각 주교회의에 함께 기도하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며 10월에 진행되는 시노드 제1회기에 대한 깊은 관심을 부탁했다.
특별히 그레크 추기경은 “한국 신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각별한 애정과 감사를 표했다. 그레크 추기경은 “한국교회는 사제 없이 신앙이 전파된, 세례 받은 이들이 하느님 말씀을 기쁘게 전한 교회”라면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귀한 역사를 지닌 한국 신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희망을 지니고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교회의 시노드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봤다는 그레크 추기경은 “보고서의 내용도 아름다웠지만, 솔직함에 놀랐다”며 “한국 주교님들은 한국교회의 어려움을 보이는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국교회가 여러 문제에 솔직히 마주하는 용기와 그를 통해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의 시노드에 시노드 사무처 역시 전에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레크 추기경 역시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레크 추기경은 “기쁨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시노드를 통해 새롭게 변화되어가는 교회의 모습을 지척에서 바라보며, 고생 이상의 보람을 느낀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선교 사명이나 복음화 역시 혼자 할 수 없습니다. 함께 걸어가는 시노드의 방식을 발견해야 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비춰주시고 안내해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바티칸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