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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한국가톨릭학술상 특집] 번역상 조장윤 신부(「사크라 파기나 성경연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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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권에 달하는 성경주석 책 번역에 8년 넘게 매진한 대전교구 원로사목자 조장윤(베르나르도) 신부. 영어 전문가도 아니고 성서를 전공하지 않은 원로 사제가 완역한 「사크라 파기나(SACRA PAGINA) 성경연구 시리즈」(이하 사크라 파기나)에는 한국교회와 사제들을 위한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제27회 한국가톨릭학술상에서 번역상을 수상한 조장윤 신부는 “성서 전공을 하지 않은 내가 번역상을 받는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며 “한편으로는 내가 열심히 노력을 해서 바친 사랑을 예수님께서 받아주셨다는 생각에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심사위원들은 “조장윤 신부는 총 1만2000쪽에 달하는 두툼한 최신 주석서 18권을 번역해냈다”며 “이는 한국가톨릭교회 근 100여 명에 달하는 성서학자들도 결코 해내지 못한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사크라 파기나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성서학자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신약성경 전체를 새로 주석한 작품이다. 2003년 미국 예수회 신학대학원(Weston Jesuit)에서 안식년을 보내던 조 신부는 교수 신부들에게 이 책을 추천받았다.

“성서 관련 공부를 하고 싶어 추천을 부탁하니 많은 교수들이 이 책을 소개했습니다. 당시에는 깊이 읽어볼 생각을 못 했다가, 한국에서 본당사목을 하며 이 책을 다시 꺼내 보게 됐습니다.”

매일 강론을 하면서도 복음을 제대로 전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 순간 사크라 파기나가 떠오른 것이다. 30년 넘게 복음을 전해온 사제에게 이 책은 전환점이 됐다.

“성경을 보고 내 방식대로 해석하다 보면 대개 강론에서 내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습니다. 사제로서 복음을 전하는 데 부족함을 느껴 사크라 파기나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 읽는데 2년 반이 걸렸죠. 책을 통해 복음 말씀의 정확한 상황을 알게 되니 강론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복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복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는 확신은 번역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수양을 위해 시작한 번역이었지만 한국교회의 사제, 신자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 발간을 꿈꾸게 됐다.

“많게는 하루에 12시간 넘게 번역에 매달렸습니다. 성서학자인 민병섭(바오로) 신부에게 감수를 부탁해 학술적으로 부족함 없이 번역하고자 노력했죠. 포도막염 수술 여파로 왼쪽 눈에만 의지해 글을 읽어야 했고, 출판 비용을 제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예수님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번역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67세에 시작한 번역은 고희가 넘어서 끝이 났다. 보물과 같은 성경을 보다 많은 사제와 신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돕는 책을 번역했던 시간은 그에게 하느님이 늘 함께한 시간이었다.

조 신부는 “번역이 막히고 몸이 힘들 때마다 성령께 번역을 마칠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성령의 힘으로 책을 완역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성령과 함께 완성된 이 책을 많은 분들이 함께 읽으며 하느님 말씀에서 재미와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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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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