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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한국가톨릭학술상 특집] 본상 이재룡 신부(「라-한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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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톨릭학술상 심사위원회는 제27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 수상작으로 이재룡 신부(시몬·서울대교구·한국성토마스연구소 소장)의 「라-한 사전」(한국성토마스연구소)을 선정했다.

번역상에는 조장윤 신부(베르나르도·대전교구 원로사목자)가 번역한 성경 연구 시리즈 총 18권 「사크라 파기나」(Sacra Pagina)가 선정됐다.

공로상은 정태현 신부(갈리스토·전주교구 원로사목자·한님성서연구소 소장)에게 주어졌다.

각 수상자들로부터 수상 소감과 그리스도교 학술 연구의 중요성을 들어본다.



“그간 한국에서는 중세 라틴어 어휘들에 대한 이해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삼국시대로부터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 이르는 1000년 역사를 건너뛰고 바로 조선왕조 때로 넘어가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것이었습니다.”

갈자굴정(渴者掘井). 이재룡 신부가 「신학대전」 대역판 완간 프로젝트 부속 사업으로 「라-한사전」 편찬에 나선 것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심정에서 시작됐다.

‘번역’을 하는 데에 있어 좋은 사전의 도움을 받는 것은 ‘행운 가운데 행운’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2012년경 「신학대전」 대역본 간행 사업에 합류한 이재룡 신부는 지금까지 독보적으로 쓰이는 고(故) 허창덕(치로) 신부의 「라틴-한글 사전」으로 작업하며 크게 아쉬움을 느꼈다. 고전 라틴어 사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사전에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문 신학 용어들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4~7세기에 통용된 ‘대중 라틴어’(Latina Vulgaris)나 그 뒤 16세기까지 거의 1000년 가까이 이어지는 ‘중세 라틴어’(Latina Medioevalis)가 거의 담기지 않았던 탓이다. 중세 라틴어는 4세기 이후 적어도 구어(口語)로는 제국의 언어로 통용된 대중 라틴어를 이어받아, 그리스도교 중세 1500여 년 동안의 종교 생활뿐만 아니라 유럽인의 삶과 문화 전체를 담고 있다. 따라서 중세 그리스도교와 서양 근대 학문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다.

마침 이 신부는 후배 신부를 통해 중세 어휘들을 담고 있고, 인용문들도 그리스도교 문헌들과 스콜라학자들 글에서 따온 ‘라-불 사전’을 발견했다. 브레뽈스(Brepols) 출판사에서 발간한 「중세 라틴어 어휘 사전」(Lexicon Latinitatis Medii Aevi)이었다. 스콜라학자들의 구절과 전거(典據)들을 제공하며 중세 문화 전반을 포괄하는 ‘고마운’ 사전이었다.

2016년 12월, 이 사전의 번역 필요성에 공감한 7명이 모여 초벌 번역에 뜻을 모았다. 그리고 사전이 첫선을 보인 2022년 12월 30일까지 이 신부와 공동 편찬인들은 수많은 곡절과 위기 속에 작업을 펼쳤다.

이재룡 신부는 ‘획기적’이라는 말로 사전의 특징과 의미를 요약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활용돼 온 고전 라틴어 사전의 한계를 넘어 시대적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힌, ‘실용적인 라틴어 종합사전’ 또는 ‘중세 문화로 특화된 실용적인 라틴어 사전’이라는 것이다.

사전에는 성경을 비롯한 각종 교회 문헌으로부터 기본 용어들이 채집돼 실렸다. 특별히 성 토마스의 번역 작업 필요성 때문에 ‘사전’에 착수한 만큼, 용례들을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요 명제들로 활용한 점이 시선을 끈다. 부록을 포함한 2100쪽 분량에 표제어만 8만 개가 넘는다. 기존 사전이 표제어 4만 개를 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기록적이다. ‘중사전(中辭典)에 가까운 종합사전’이라 할 만하다. 간결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명제 3000~4000개와 성경 구절 등을 활용한 용례들은 ‘스콜라학의 정수(精髓)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어휘에 대한 기본 감각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전후 문맥을 찾아가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전 전체에 스콜라식 발음법을 일관되게 적용해 사전 이용자들이 중세 라틴어를 당시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 접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또 현대인들 눈높이에 맞도록 모든 표현을 현대화하고 한글 전용 방식을 채택했다.

무엇보다 이제 한국교회가 그리스도교 전래 239년 만에 비로소 처음으로, 보편교회가 2000년간 진리와 복음 전파를 위해 성경, 전례, 법, 제도 등 각종 문헌에서 사용한 라틴어 어휘들을 우리말 사전을 통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의의가 깊다. 사제와 신학생들은 물론 어문학도와 인문학도들에게 ‘필휴(必携) 참고 도구’(Vademecum)가 될 전망이다.

아쉬움에 대해 이 신부는 “학술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이 충분한 기간 작업한 결실이 아니라 다른 기획을 추진하는 데 필요해서 병행하게 된 부수 사업이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미처 실리지 못한 표제어들, 특히 교부 시대 주요 용어들을 보강하는 등 대대적인 수정 보완 작업은 2026년을 목표로 후속 준비 단계가 가동되고 있다.

“혼자 작업을 이뤘다기보다 저를 포함한 공동 편찬인 10명이 6년 동안 함께 고생한 덕분에 오늘의 영광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이 신부는 “그 점에서 함께한 편찬인들에게 경의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심마니길’에 사전을 비유했다. 그리고 “섭리의 손길에 힘입어 차츰 뒷산 등산로가 되고 또 공원 산책로처럼 많은 이들이 오가는 대로로 성장해 가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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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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