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서 돈만 내면 계절에 상관없이 수많은 먹거리를 살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항생제가 투여된 고기, 화학비료와 살충제로 오염된 땅에서 키워진 채소, 유전자를 변형한 곡류 등이 가득하다. 이들 먹거리로 채워진 식탁을 과연 건강을 지키는 온전한 밥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육류 등 즐겨 먹는 음식의 생산 과정은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땅을 오염시킨다. 그것은 다시 먹거리가 되어 밥상에 오른다.
기후위기는 이런 환경오염을 대변하는 현상이다. 자연의 흐름보다 빠르게 많이 거두려고 석유에 기반한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등 경제적 논리가 우선한 데서 기인한다. 피조물을 생각하지 않고 인간만 살아가겠다는 삶의 방식과 연결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발표한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에서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생명체 그리고 환경과의 친밀한 관계”라며 “곧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다”(19항)고 밝혔다.
‘21세기 들어서 음식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와 속도 면에서 역사상 가장 거대해졌다’는 전문가들 지적처럼 이제 음식은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밥상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지구 공동체의 문제이고 생명의 문제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걷는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인들은 기후위기와 관련해 우리 밥상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생명 농업’은 그 해결의 시작점이다. 소비자들은 유기농 식품, 친환경 먹거리를 선택함으로써 함께 생명 농업을 이뤄갈 수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생명 농업 일선에 있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제28회 농민 주일 담화를 통해 “그리스도인은 생명체의 대량 학살을 가져올 수 있는 산업 농업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농업을 선택함으로써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을 더욱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유기농 제품들의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얇은 지갑을 생각할 때 주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선택의 문제다. 물가 상승에도 쌀값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밥 한 공기에 쌀값 300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모든 먹을거리를 바꿀 수 없다면, 주식인 쌀부터 바꿔보라”고 권했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 이승현(베드로) 신부는 “우리 밥상을 생명의 밥상, 정의의 밥상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선택이며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생명 농산물로 식탁을 준비하는 것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노력이며, 우리 식탁을 생명의 식탁으로 바꾸는 생태 사도직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공동의 집의 미래를 만든다. 그리스도인의 밥상이 바뀌어야 할 이유다. 유기농 작물과 친환경 먹거리를 찾는 작은 선택이 변화의 시작이다. 생명의 문제로 밥상을 바라보자.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