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나타나는 기쁨과 사랑의 연결 고리는 우리가 하느님과의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진실을 가르쳐 줍니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신앙과 스포츠에 관한 첫 문헌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기」 중)
오는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일원에서 개최되는 제33회 파리올림픽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22개 종목에 선수 144명·지도자 118명 등 262명이 참가, 금메달 5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순위 2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선수들은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위해 막바지 훈련에 집중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파리올림픽 개막을 보름 여 앞둔 10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았다.
파리 하늘에 태극기를
장맛비가 잠시 주춤한 10일 모처럼 맑은 하늘이 드러나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내 건물 외벽에 걸린 ‘대표선수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란 메시지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듯했다.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이날 선수촌에서는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이 무더위 속에서 막바지 훈련에 한창이었다.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오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갔다.
이날은 특별히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이하 종지협) 종교지도자들이 선수촌을 찾았다. 종지협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공동대표의장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등 종교지도자들은 양궁·배드민턴·탁구 훈련장과 웨이트장을 차례로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뒤 선수들을 축복했다. 또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며 격려금 3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용훈 주교는 “안전에 유의하면서 건강하게 대회를 잘 마치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잘 발휘하기 위해 항상 기도하고 주님께 의탁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주님께서 대회 기간 선수들을 잘 보호해주시고 이끌어주시길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선수들이 종교지도자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잘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수들이 있는 곳에
“스포츠가 전쟁을 멈추고 세계 평화를 이루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갈등과 분열이 있는 곳에 화합과 일치를 가져다주는 ‘평화의 사도''가 돼줬으면 하는 것이 제가 이곳 선수촌에서 사목하며 선수들과 만들어가고 싶은 거예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는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제가 있다. 청주교구 광혜원본당 주임 이해상 신부다. 이 신부는 주교회의 스포츠 사목 담당 소임을 맡고 지난해 2월부터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다.
“스포츠 사목은 처음입니다. 군종신부 출신이라 군종신부와 비슷한 느낌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군대는 병사들이 들어오면 적어도 제대할 때까지 성당에 오는데 이곳 선수들은 입촌과 퇴촌이 잦아서 지속해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아쉬운 측면은 있어요.”
그래서일까. 이 신부는 선수들의 연락을 받으면 언제든 선수촌을 찾는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선수촌 내 성당에서 선수들이 오지 않을 때도 선수들을 위해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한다. 같은 팀 선수를 따라 성당에 온 선수에게 통신교리와 문자 교리교육 등을 통해 세례를 주기도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 선수들에겐 큰 스트레스잖아요. 과정보다는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선수들이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내면 가장 먼저 ‘신부님 고마워요’, ‘신부님 저 1등 했어요’라고 저에게 연락하거든요. 그런 연락을 받으면 저는 그걸로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제가 이곳에 계속 머무는 것 같아요.”
이 신부는 선수들이 ‘항상 하느님이 함께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도록 돕는다. “‘내가 선수로서 승승장구할 때 하느님을 만났던가’ 생각해보게 합니다. 물론 선수들 개인의 능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내가 실패하고 훈련장에 안 나올 때조차 나하고 함께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신부는 선수들이 하느님 은총 속에서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스포츠 사목 사제로서의 사명이라 믿는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동안의 노력을 몸은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경기에서 겪는 부담감이나 어려움은 하느님께 맡기고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하라고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