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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하루 한장 읽기] 룻기 해설

신희준 신부(서울대교구장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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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이나 위인들의 이야기가 주제인 「판관기」와 「룻기」 뒤에 나오는 「사무엘기」와는 달리 「룻기」는 `지극히 평범한` 두 여인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어떤 극적 사건의 전개나 거창한 논리 전개 없이 `지극히 평범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분량이 적은 이 소책자는 우리로 하여금 흥미를 갖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지닌 수준 높은 문학 작품입니다.
 
 (1) 룻기의 분류

 룻기는 새 성경 순서에 따라 판관기와 사무엘기 사이에 나오는데, 이는 그리스어 성경인 `칠십인역` 순서를 따르는 그리스도교 전통에 기인합니다. 칠십인역에서는 룻기가 판관기나 사무엘기 등과 함께 `역사서`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성문서`로 분류해서, 주요 축제 때 낭독되는 `축제 오경`(룻기, 아가, 코헬렛, 애가, 에스테르기)의 첫 번째 소책자로 분류했습니다.
 
 (2) 룻기의 내용

 이스라엘 땅에 심한 기근이 들어서 베들레헴에 살던 엘리멜렉이라는 사람이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 지방으로 이주하지만, 오래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납니다. 그의 두 아들은 모압 여자들과 혼인하지만, 자식을 남기지 못한 채 일찍 죽어 버립니다. 그리하여 엘리멜렉의 아내인 나오미는 사랑하는 두 며느리 오르바와 룻을 각자의 친정으로 되돌려보낸 후 고향으로 되돌아가서 친척들 도움을 받아 연명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오미의 설득을 받은 오르바는 자기 친정으로 되돌아갑니다. 하지만 룻은 막무가내로 시어머니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따라갑니다. 마침 보리 수확이 시작될 무렵이어서 부지런한 룻은 곧바로 이삭줍기에 나서는데, 우연히 베들레헴의 유지인 보아즈의 밭에 이르게 되고, 보아즈는 룻에게 친절을 베풀어 이삭을 많이 주울 수 있도록 배려해 줍니다. 마침 가까운 친족으로서 나오미 일가를 보호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 `구원자`(고엘)인 보아즈는 룻을 아내로 맞아들이고, 룻은 아들을 낳아 시어머니 품에 안겨 드리는데, 그가 `오벳`입니다. 그런데 이 오벳은 `이사이`의 아버지이자 `다윗`의 할아버지입니다. 이로써 성경은 `성왕 다윗`의 증조 할머니가 모압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해줍니다.
 
 (3) 핵심 신학 사상

 신기하게도 룻기에는 어떠한 비난조의 말도, 논쟁적 언사도 찾아볼 수 없으며, 악인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친정으로 돌아간 오르바는 시어머니의 이성적 권고에 따라 정상적으로 행동했을 뿐이며, 보아즈보다 룻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더 있는 `제일 구원자` 역시 경제적 손실을 계산한 뒤에 물러섰을 뿐입니다. 둘 다 룻과 보아즈의 덕성을 더욱 빛나게 해줄 따름입니다. 이렇게 룻기는 무엇을 비판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민족이나 종교나 자기 이해 관계 등에 따른 편협성이나 선입견 없이 호의와 존경심을 지니고 서로를 위해야 한다는 긍정적 목표를 지닌 이야기입니다.

 민족이나 종교나 나라가 서로 다르다고 서로를 박해하고 미워하고 죽이는 모습은 불행하게도 오늘날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룻기의 주인공들은 그럴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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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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