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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 지날 때, 숨겨진 ‘대건로’를 기억해주세요

새남터·절두산 성지 잇는 첫 사제명 도로… 1984년 서울시 명명 후 도로명주소 개정으로 사라졌지만 역사적 가치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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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서 보이는 대건로(강변북로)는 절두산순교성지를 지나(잠두봉지하차도) 양화대교 북단으로 향한다. 대건로 기점인 한강대교 북단에서 양화대교 북단까지는 6㎞다. 원 안은 절두산순교성지 순교자 기념광장에 자리한 성 김대건 신부 동상. 1972년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에서 건립했다.

 

 


도로는 도시의 ‘대동맥’이자 ‘얼굴’이다. 역사적 인물에서 이름 딴 도로가 많은 이유다. 세종대로ㆍ충무로ㆍ퇴계로ㆍ을지로ㆍ원효로ㆍ백범로 등. 서울에 있는 주요 도로만 해도 수십 개다. 그렇다면 가톨릭 관련 인물에서 유래한 도로명은 없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도로명에 처음 이름을 올린 인물은 한국인 첫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다. 성인은 최근 탄생 200주년 희년과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 선정으로 교회 안팎,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네스코의 선정 이유처럼, 철저한 봉건ㆍ계급사회였던 당시 조선에 평등사상과 박애주의를 설파함으로써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증진한 까닭이다. 김 신부가 첫 도로명 주인공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대건로’는 한강대교 북단(서울 용산구 이촌동 191)에서 양화대교 북단(마포구 합정동 352-2)에 이르는 길이 6㎞ 4차선 도로다. 이 길은 성인과 관련된 두 성지를 잇는다. 김 신부가 처형된 새남터순교성지와 성인의 유해와 동상이 있고, 병인박해 때 많은 신자가 처형당한 절두산순교성지다.

대건로의 원래 도로 이름은 ‘강변4로’였다.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첫 방한을 기념해서 서울시가 대건로로 명명했다. 그 배경에는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의 청원이 있었다. 같은 해, 김 신부는 시성됐다. 이후 강변1ㆍ2ㆍ3ㆍ5로가 ‘강변대로’로 통합되고, ‘강변대로’가 ‘강변북로’로 바뀌는 와중에도 대건로는 도로명으로 건재했다. 그러나 2010년 도로명주소 개정으로 인해 대건로는 강변북로에 완전히 합쳐지고 말았다. 인근 한강로ㆍ마포로ㆍ창전로 등과는 대조된 운명이다.

현재 대건로에 해당하는 구간은 공식적으로 강변북로 일부다. 스마트폰 지도에도 대건로는 검색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할 순 없다. 신자들이 대건로를 지날 때마다 그 이름과 의미, 역사를 기억한다면 대건로는 그 생명을 이어가리라.

김대건 신부에서 유래한 도로는 2개가 더 있다. 역시 스마트폰 지도에는 검색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부여한 ‘명예도로명’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제주도 제주시에 위치한 ‘김대건신부로’다. 한경면 용수리 2738-3에서 한경면 신창리 616까지 이르는 약 6㎞ 길이다. 본래 이름은 한경해안로다. 2017년 8월 28일부터 5년간 ‘김대건신부로’라고 불린다. 처음 명예도로명이 부여된 2012년에는 ‘성김대건해안로’라고 불렸다. 이 길에는 1845년 청나라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고 귀국하던 김 신부가 표착한 용수성지 등이 있다. 제주교구 순례길인 ‘김대건길(빛의 길)’도 지난다. 2012년 설치된 170㎝ 높이의 도로명 표지석도 있는데, 여기에는 제주교구가 용수성지를 조성한 내용 등이 한국어ㆍ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로 새겨졌다.

또 하나는 충남 논산에 있는 ‘김대건로’다. 논산대로 일부 구간으로, 강산동 275-4에서 채운면 화산리 154-10까지 이르는 약 2㎞ 도로다. 역시 김대건 신부에서 이름을 따온 논산대건중·고등학교 정문을 지난다. 명예도로명은 2018년 1월 12일부터 5년간 사용한다. 김 신부의 지성과 감성을 본받기 위해서 부여했다는 게 논산시의 설명이다. 논산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사목 순례지’가 있다. 강경성지성당과 김 신부 일행이 유숙했던 구순오의 집터 등이다.

한편 외국에도 김대건 신부에서 유래한 도로가 있다. ‘김대건로’다. 이 길은 중국 길림성 합륭진에서 소팔가자성당에 이르는 9.7㎞ 길이 진입로다. ‘김대건로(金大建路)’라고 적힌 표지석도 있다. 소팔가자성당은 1844년 김 신부가 페레올 주교로부터 부제품을 받은 곳이다. 이곳을 찾는 교우들에게 순례길의 의미를 더 하자는 서울대교구 신자들의 정성으로 김대건로는 1999년 완공됐다. 중국 당국은 도로에 인물 이름을 붙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나 이 경우는 특별히 허락했다. 또 중국 정부도 공사비용 일부를 지원했기에 김대건로는 한국과 중국 교회 상호교류의 시작점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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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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