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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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미사 마다않지만… 어르신들 꿈은 ‘새 성전 건립’

200년 신앙 명맥 잇는 원주 영산본당, 마을 주민 대부분이 신자인 교우촌... 성전에 제의실·고해소·회합실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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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주임신부가 농번기 논밭일로 바쁜 교우들을 위해 밭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 교우들의 논밭을 축성하며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고 있는 김대중 주임 신부의 모습.


200년 산골 교우촌의 신앙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원주교구 영산본당(주임 김대중 신부)이 새 성전 건립 기금 마련에 돌입했다.

교구 북원주지구 원주시 호저면 산 아래에 위치한 영산본당의 기원은 기해박해(1839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극심한 박해를 피해 이곳 깊은 산골까지 당도한 이들은 신자 3가정이었다.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주님만을 가슴에 품고 이주해온 이들은 화전을 일구며 신앙을 중심에 두고 살았다.

이때부터 이곳은 곤란한 일을 겪는 의로운 사람들이 모인 골짜기라는 뜻의 ‘곤의골’로 불렸고, 1900년 설립된 ‘곤의골공소’가 오늘날 영산본당의 모체다. 이후 신앙의 자유가 도래하면서 깊이 숨어 지내던 교우들은 산 아래 영산마을로 내려와 농사를 짓고 본당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살고 있다. 박해 속에도 신앙을 지킨 선조들의 후손 200여 명이 지내고 있는 본당이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1990년대 지어진 영산본당은 작은 벽돌조 단층 구조의 성전이다. 주일 미사 참여자가 100여 명에 이르러, 60석 규모 성전이 꽉 차고 나면 많은 신자가 바닥에 앉아 미사에 참여한다. 깊은 신앙을 간직한 후손답게 신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밭일을 해야 함에도 평일 미사에 꼭 참여하고, 본당 일이라면 열일 제쳐놓고 돕는다. 마을 주민의 대부분은 본당 신자이다.

하지만 30년 된 성전에는 제의실과 고해소가 없다. 교리실과 신자 회합실도 없어 비닐하우스가 모임 장소다. 제단도 너무 좁아 사제는 독경대에서 말씀을 선포할 수 없고, 복사는 있지만 복사를 설 수 없다.

김대중 주임 신부는 신자들이 바쁜 농번기에는 아예 밭으로 나간다. 논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신자들을 위해 ‘논밭 미사’를 집전해주기 위해서다. 그때마다 신자들은 푸른 자연과 논두렁 흙바닥을 성전 삼아 주님을 찬양한다. 고해소는 없지만, 사제는 성당 마당이나 자연을 벗 삼은 바깥에서 신자와 걸으며 성사를 베푼다. 또 귀중한 소출을 기원하며 논밭을 축성해주는 것도 이들을 위한 김 신부의 사목이다.

이런 신자들을 위한 성전을 새로 짓고자 본당은 교구 내 본당을 돌며 성전 건립의 필요성을 전하고 있다. 많은 본당 신자가 힘을 보태고자 소도 팔고, 논밭도 일부를 팔아 건립 기금을 봉헌했다. 신자들은 후원자들을 위한 감사 미사와 기도를 봉헌하고, 현재 고마움을 전할 옥수수도 수확 중이다. 이곳 어르신들의 꿈은 성당 마당이 아니라, 성전 안에서 자신의 장례 미사가 거행되는 것이 소원이다.

김 신부는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선조들의 믿음을 간직해오고 있는 교우들에겐 신앙이 전부”라며 “용기를 내어 주춧돌을 놓은 만큼 여러분의 정성과 기도가 주님 집의 벽돌이 되고, 주님 제단이 될 것이라 기도한다”고 전했다. 후원 문의 : 010-7363-8761, ARS : 060-704-0404(한 통화 3만 원), 원주교구 영산본당.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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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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