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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회 ‘집없는 예수님’ 노숙자에 관심 촉구

워싱턴주 주교들 성명, 지원 줄인 정부 비판하고 신자들 도움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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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노숙자가 자신의 천막에 ‘노숙자의 안락한 집’이라고 쓴 종이 팻말을 걸어놨다. OSV



미국 증시가 나스닥과 S&P 모두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는 뉴스가 신문 경제면을 장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 붐을 타고 엔비디아는 시가 총액이 1조 5000억 달러(약 2000조 원)까지 폭등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시총도 각각 4000조 원으로 불어났다. 투자자들은 연일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주가 상승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주 주교들은 “머리 위 지붕을 잃은 사람이 없어야 한다”며 급증하는 노숙자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호성과 대조되는 목소리다.

워싱턴주 주교들은 1월 18일 성명을 통해 “이토록 부유한 국가와 주에서 노년기를 임시보호소나 거리에서 보내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밤을 어디서 보내야 할지 걱정하는 가족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시적 경제 위기로 ‘머리 위 지붕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성명 제목은 ‘지역사회의 취약 계층에 봉사하기 위한 우리의 소명’이다.

주교들의 호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2013)의 한 구절이 떠오르게 한다. “나이 든 노숙자가 길에서 얼어 죽은 것은 기사화되지 않으면서, 주가지수가 조금만 내려가도 기사화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이것이 바로 배척입니다.”(53항)

성명은 워싱턴주에서 노숙 중이거나 노숙 직전까지 내몰린 사람은 2만 5000명이라고 밝혔다. 미국주택도시개발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연례 노숙자 평가보고서’를 보면 미 전역의 노숙자 수는 약 65만 명이다. 2022년에 비해 12 증가했다. 최근 한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노숙자 실태를 보여주는 영상이 올라와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뉴욕 지하철역에서 노숙자가 덮고 있는 담요를 들추자 그 안에서 수십 마리 쥐가 뛰쳐나와 선로로 달아나는 영상이다.

노숙자가 이처럼 빠르게 증가한 데는 정부의 노숙자 지원책 축소와 불법 이민자 증가, 주거비용 상승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교들이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연방 및 주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사회 취약 계층, 특히 노숙자에 대한 지원을 급격히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교들은 신자들에게 “입법자들에게 노숙자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주 가톨릭위원회 활동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주교들은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것은 구약과 신약에서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라”며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주 인구 약 750만 명 가운데 100만 명(13)이 가톨릭 신자다. 이 정도면 주 정부와 의회에 압력을 가해 더 많은 노숙자 지원책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가톨릭위원회 판단이다. 주교들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취약 계층 실태의 진실을 상기시키고, 그들의 해방을 위한 하느님 도구가 되라는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자”고 신자들에게 호소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제7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 시기에) 가난한 이들이 이토록 많은 것은 우리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님께서 다시 오시면 우리와 함께 셈을 하시면서 가난한 이들을 보고 무엇을 했는지 설명을 요구하실 것”이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라”고 당부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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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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