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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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교황에 우호적인 주교 선출에 어려움 겪는 주미 교황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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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미 교황대사로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을 임명한 지 8년이 지났다. 교황은 2016년 4월 12일 당시 주멕시코 교황대사였던 피에르 추기경을 미국으로 보냈다. 프랑스 출신으로 오랫동안 교황청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피에르 추기경은 당시 70세였다. 관측통들은 그가 주교 은퇴 연령인 75세까지만 주미 교황대사로 활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미 교황대사는 오랫동안 ‘꽃보직’으로 여겨졌다. 두어 차례 예외가 있긴 했지만, 주미 교황대사는 역할을 마치고 교황청으로 돌아와 요직을 맡고 추기경이 됐다. 하지만 피에르 추기경의 경우, 지난해 주미 교황대사로 활동하며 추기경에 서임됐다. 그리고 78세가 된 지금도 주미 교황대사직을 맡고 있다.


몇몇 관측통들은 교황이 좀처럼 교황의 사목적 우선순위에 도통 관심이 없는 미국 주교들 사이에서 피에르 대사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그를 추기경으로 서임했다고 이해하고 있다. 미국에는 196개 교구가 있고 많은 교구장 주교가 현 교황을 불편해한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몇몇은 교황에 대한 경멸감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국 주교단을 대표하는 미국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실행하고 있는 사목 패러다임 전환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피에르 추기경은 이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교황대사에게는 두 가지 중요한 사명이 있다. 먼저 주재국에서 교황청의 대사로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교황과 주재국 교회 사이의 긴밀한 연락책 역할이다. 두 번째 역할을 수행하면서 교황대사는 교황과 교황청 주교부를 도와 적합한 주교 후보자를 물색할 책임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주교 중에 교구장 주교로 합당한 인물을 찾는 일이다. 특히 대교구와 같이 영향력이 큰 교구의 교구장을 찾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보통 교황대사가 교황의 이미지에 맞는 주교단을 형성했다면 성공적으로 일을 잘 수행했다고 평가받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는 27년의 치세 동안 전 세계 주교단을 재구성한 교황대사들이 있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경우에도 재위 기간은 8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의 사고방식에 따르는 교구장 주교들을 뽑을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미국에서 대부분의 대주교들을 교리적으로 융통성이 없는 이들로 뽑았다. 이들 보수주의 혹은 전통주의 주교들은 미국 주교회의 지도부를 장악했다. 주교회의의 주요 보직을 차지한 이들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폐단으로 남아 피에르 추기경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피에르 추기경은 여전히 미국 주교단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몇몇 예외가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다.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과 뉴워크대교구장 조셉 토빈 추기경, 렉싱턴교구장 조 스토위 주교처럼 ‘친 프란치스코’ 주교들은 피에르 추기경이 미국으로 오기 전에 임명됐다.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이 아틀란타교구장에서 워싱턴대교구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피에르 추기경이 교황대사였다. 샌디에이고교구장인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을 영향력이 더 큰 자리로 옮길 수도 있다. 물론 미국과 같이 성직자들이 보수적인 나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을 뽑기란 쉽지는 않다.


현재 미국에는 로마 가톨릭 교구 7개와 동방 가톨릭 교구 1곳에 주교가 없다. 또 8개 대교구를 포함해 15개 교구에서 교구장이 75세를 넘겼다. 피에르 추기경은 곧 80세가 될 보스턴대교구장 션 오말리 추기경을 후임으로 누굴 추천할까? 또 누가 그레고리 추기경의 후임이 될까? 그레고리 추기경은 76세로 건강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피치 추기경도 75세이지만 당분간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피에르 추기경은 11명의 교구장 주교를 더 추천해야 한다. 여기에 33명의 교구장 주교가 곧 은퇴 연령을 넘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주교단의 지형을 바꾸려면 이 자리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닌 주교를 임명해야 한다.


은퇴 주교와 보좌주교를 포함해 400명이 넘는 주교를 대표하는 미국 주교회의는 활기를 잃었다. 지난 4월 4일에는 디트로이트대교구의 토마스 검블턴 전 보좌주교가 선종했다. 1968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임명한 검블턴 주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노력했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힘썼다. 하지만 미국 주교회의는 그의 선종 소식조차 알리지 않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방향을 실천할 미국 주교가 더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기도할 때 피에르 추기경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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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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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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