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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부족이 낳은 ‘성체 기근’

미국 예수회 리즈 신부, 가톨릭 매체 칼럼 통해 사제 부족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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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 부제와 수녀가 페루 아마존 지역의 한 공소에서 주일 공소 예절을 인도하고 있다. 종신 부제는 성찬 전례를 거행할 수 없어 신자들은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없다. OSV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성체 기근’(eucharistic famine)이 심해지고 있다. 성체성사를 거행할 사제가 없기 때문이다.”

예수회 소속 토마스 리즈 신부는 최근 미국 가톨릭 매체 NCR에 기고한 칼럼에서 사제가 없어 일부 지역 신자들이 성체를 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성체 기근’이라고 표현했다.

칼럼 제목은 ‘가톨릭교회는 지금 기혼 사제가 필요하다’이다. 제목만 놓고 보면 교회 전통과 가르침에 어긋나는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제도권 교회 밖 논객이 쓴 글 같다. 하지만 리즈 신부는 NCR 고정 칼럼니스트이자 미국의 대표적 가톨릭 잡지 ‘아메리카’ 편집장을 지낸 정치학 박사다.

리즈 신부는 몇 가지 통계 수치로 사제가 부족한 현실을 짚었다. 2021년 한 해 전 세계 신자 수는 1620만 명 증가했지만, 사제 수는 2347명 감소했다. 미국의 경우, 1965년 사제가 5만 9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3만 4000명으로 줄었다. 그 기간에 신자는 5400만 명에서 7200만 명으로 불어났다. 신자가 33 증가한 기간에 사제는 42나 감소한 것이다. 사제 고령화와 사제 상주 본당 감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는 “이미 1980년대 초 오리건주 포틀랜드 교구장 주교가 시골 본당에 찾아가 앞으로 사제를 파견할 수 없으니 말씀 전례로 주일 미사를 대신해야 한다고 예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 신자의 볼멘소리를 그대로 옮겼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주일 미사에 빠지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의회 이후에는 성체성사가 교회 생활의 중심이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도 이 부근에 있는 (성찬례와 미사가 없는) 작은 개신교회들처럼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구 교회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 사제들을 영입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우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전 세계 사제 수도 감소하는 데다, 미국은 새 이민 규정 때문에 외국인 사제 영입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도자들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기혼 사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금지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범아마존 지역 주교들의 목소리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아마존의 목소리란, 아마존 열대우림을 끼고 있는 남미 9개국 주교들이 2019년 주교 시노드에서 남성 부제의 사제서품 허용 건을 압도적 표차(128 대 31)로 통과시킨 것을 말한다. 사제 부족난은 아마존 지역이 훨씬 더 심각하다.

그는 사제 성소가 비교적 풍부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교회에도 ‘경보음’을 울렸다. “자녀 수가 적고 교육 및 취업 기회가 많아질수록 성소가 감소한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분석”이라며 “인도의 도시에서는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사제 부족난을 덜기 위한 방책으로 독신 또는 기혼 남성의 종신 부제직을 신설했다. 교황청은 현재 여성 부제직 부활 을 검토하는 연구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이는 여성 사제서품 허용의 준비 작업이 아니다. 여성 인재들이 책임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취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차례 여성 사제서품 ‘불가’ 입장을 밝혔다. 남성 종신 부제의 사제서품 허용 건에 대해서는 사제직의 본질과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일정 범위 이상의 논의를 경계하고 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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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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