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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사순에 돌아보는 피조물과 생태영성(전의찬 스테파노, 세종대 기후변화 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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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다. 자색 제의를 입은 사제가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려주면서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19)”라고 외치는데, 가슴에 큰 파문이 일었다. 우리 죄를 대신하여 수난하고 돌아가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를 맞아, 그동안 우리 인간이 피조물에 저지른 잘못과 죄를 돌아보고 다시 하느님께 돌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2023년 3월 현재 세계인구는 80억 명을 초과하였고, 매일 18만 명 이상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라고 말씀하셨지만, 지금 인류를 보시면 어떻게 말씀하실지 궁금하다. 거대한 인구와 과소비를 유지하기 위하여 매일 매일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으며, 대기 중으로 매일 1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석유는 앞으로 40년, 가스는 144년, 석탄은 400년밖에 쓸 수 없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소비를 줄여야 한다지만, 머지않아 소비할 화석연료는 지구 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산업이 발달하면서 서식지 감소와 남획으로 자연에서 야생동물이 크게 사라지고, 20세기 들어서 큰 폭으로 증가한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로 동물의 멸종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40년간 척추동물 수의 50 이상이 감소하였고, 전체 동물의 3분의 1이 멸종위기이거나 멸종위협을 받고 있다. 인도양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는 1681년 마지막 개체가 죽음으로써 지구 상에서 사라졌고, 우리나라에서 1923년 한해에만 32마리가 잡혔던 호랑이는 1924년에 잡힌 후 야생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46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70 이상의 생물 종이 소멸한 5번의 대멸종은 자연적인 원인이었으나, 현재 진행되는 대멸종은 인간이 원인이라고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 1만 년 전에는 척추동물 무게로 야생동물이 99이고 사람은 1에 불과하였으나, 현재는 인간과 가축이 99이고 1에 불과한 야생동물은 대부분 ‘보호구역’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 하신 뜻은 ‘절대적 지배’를 허락하는 것이 아니고 잘 ‘돌보라’는 뜻이었으나, 인간이 제멋대로 다른 피조물을 말살하고 있다. 그래서 피조물은 그들을 구해줄 ‘하느님의 자녀들’(로마 8,19)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하찮은 미물이라도 인간이 창조할 수 없다는 면에서, 세상의 모든 만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자연을 ‘하느님의 현존을 비추는 거울’로 하느님께 닿게 해주는 ‘영성의 사다리’로 존중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자연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 그런 인식을 통해 인간과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에 의해 함께 창조된 ‘형제자매’로서 화해하게 된다. 

하느님이 ‘창조’의 단계마다 모든 것을 보시고 “좋다”라고 반복하신(창세 1,1-25) 것은 인간뿐 아니라 다른 피조물에 대해서도 좋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무생물이든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고, 공생과 보전을 통하여 하느님의 창조 역사를 보전하는 것이 신앙인의 바른 자세이다. 이제 인간의 이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로 보고, 생태 영성으로 지구를 치유하는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참회와 속죄로 시작된 사순절이 희망으로 귀결되고,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이 부활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전의찬(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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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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