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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낯선 사람의 목소리

이학주 요한 크리소스토모(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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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종교 피해자들을 보면 ‘저런 데 빠지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다’고 혀부터 차는 사람이 많다.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건대 기자 역시 그랬다. 11년 전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던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할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도 그립던 그때, 친하게 지내던 대학 동기가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친형처럼 든든했던 존재였다.

카페에서 만난 그는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슬픔을 달래주려 애썼다. 그러면서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심리치료사 누나’라며 한 30대 여성을 소개해줬다. 여성은 시종 미소를 지으며 “심리치료를 받으면 마음이 치유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원을 그려보라고 권했다. 별생각 없이 종이에 원을 잔뜩 그려 내밀자 여성은 분석 결과를 알려준다며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옆에서 동기 형도 좋은 만남을 성사시켜 기쁘다고 환히 웃었다.

급작스런 만남이라 다소 낯설었다. 그러나 좋은 분위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며칠 뒤 다시 만난 여성은 ‘사람의 몸을 치유하는 것은 의사이지만, 영혼을 치유하는 것은 하나님’이라며 난데없이 성경 공부를 제안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여성이 화장실에 간 사이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웬걸. 그 유명한 신천지의 모략전도 수법이 아닌가. 황당함과 분노에 휩싸여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난 신천지 추수꾼들은 ‘이렇게 착한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상냥했다. 만약 내가 신앙이 없었다면, 내면이 더 약했다면 그들의 모략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동시에 스스로의 오만함을 반성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 그것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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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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