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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이집트 정교회 형제와 하나 되자(박현도, 스테파노,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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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교회는 성 마르코 복음사가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교회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이집트는 아이귑토스(Aigyptos)인데, 아랍어로는 꿉뜨(Qubt)다. 꿉뜨가 라틴어로 들어와 꼽뚜스(Coptus)가 되었고, 다시 영어에서 콥트(Copt)로 불렸다. 우리는 영어에서 이 말을 가져와 콥트 정교회하고 하는데, 이집트 정교회가 바른 말이다. 정교회는 동방정교회와 오리엔트 정교회로 구분한다. 우리가 흔히 정교회로 부르는 그리스 정교회는 동방정교회, 이집트 정교회는 오리엔트 정교회다.

그리스도교는 로마의 박해가 끝나 신앙의 자유를 얻으면서부터 분열의 길을 걸었다. 4~5세기 신앙인들은 그리스도가 신인지, 인간인지를 두고 논쟁하다가 완전한 신이자 완전한 인간이라고 합의했다. 그러나 다시 하나인 그리스도가 두 개의 본성인 신성과 인성 안에 어떻게 존재하느냐를 두고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 다투며 갈라섰다.

이집트 정교회의 단성론에 따르면, 그리스도가 신성과 인성 안에 “혼동됨 없이, 변질됨 없이, 나뉨 없이, 분리됨 없이” 존재한다는 양성론을 주장한 서로마교회(서방 라틴가톨릭)와 동로마교회(동방정교회)는 그리스도가 신성과 인성 안에 “혼동되고 변질되어” 존재한다고 비판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보다 부차적인 학설에 마음을 더 쏟아붓는 바람에 서로 사랑하기에도 모자라는 시간을 학설 논쟁으로 소비하며 싸웠다.

서로 부끄러움을 깨닫는 데는 무려 1522년이나 걸렸다. 1973년 5월 10일 이집트 정교회 총대주교 셰누다 3세가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 바오로 6세와 만났다. 비신학적 요소 때문에 수 세기에 걸쳐 서로의 신학적 차이가 불필요하게 증가하여 상호불신이 커졌지만,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그리스도를 함께 인정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그리스도께서 완전한 하느님이시고 완전한 사람이시다”라는 합의문에 서명하였다.

그리고 2013년 5월 10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집트 정교회 총대주교 타와드로스 2세를 로마에서 만나 서로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교회를 이루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였다. 오는 5월 9일부터 14일까지 이집트 정교회 총대주교 타와드로스 2세가 바티칸을 방문한다. 그는 교회 일치 선언문 서명 50주년이자 친선의 날 10주년이 되는 10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일반 알현에서 연설하고,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전례도 할 예정이다. 1500년이나 걸려서 힘들게 다시 잡은 손을 서로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느낀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이집트 인구는 약 1억 900만 명이다. 이집트 내 그리스도인 수는 보통 전체 인구의 약 5~10로 추산하는데, 이 경우 최대 약 1000만 명에 달한다. 그리스도인 중 약 90가 이집트 정교회 신자일 것으로 미루어 보면, 최대 약 900만 명에 이를 것이다. 이집트 정교회는 무슬림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신앙을 굳건히 지켜왔다. 이집트 내 극렬 이슬람주의자들이 1953년부터 1993년까지 40년 동안 이집트에서 일으킨 종교폭력 사건 412건 중 이집트 정교회가 당한 범죄 수는 111건으로 25에 달한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이집트 정교회는 과격분자들의 폭력과 테러의 위협에 처해 있다.

어려운 형제와 하나가 되어 돕는 것은 신앙인의 의무다. 제자들의 일치를 바라며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한 주님의 기도를 상기해야 한다.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는 ‘교회 일치는 선택이나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라고 하였다. 믿는 이들끼리도 하나가 되지 못하면서 사람들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이제 우리 마음에 이집트 형제를 품자.



박현도(스테파노,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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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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