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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의 열쇠, ‘샬롬의 영성’에서 찾자

평화학 세계적 석학 주드 페르난도 교수, 국내 전문가·청년들과 한반도 평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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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학 분야에 널리 알려진 주드 페르난도 교수가 16일 경기도 파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에서 관련 전문가, 청년과 함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희망이

“스리랑카에선 희망을 잃었지만, 아일랜드에서 평화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희망은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평화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주드 페르난도(Jude Lal Fernando) 교수가 16일 경기도 파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에서 국내 전문가와 청년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주드 페르난도 교수는 스리랑카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다수족 싱할라 출신이다. 내전 당시 소수족인 타밀과의 화해 운동 및 반전 평화 활동에 참여해 반체제 인사로 낙인 찍혀 현재 망명자 신분으로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에서 평화학을 가르치고 있다.

스리랑카 내전은 1983~2009년 스리랑카 싱할라족와 타밀족 반군인 ‘타밀일람 해방 호랑이’ 사이 벌어진 내전으로, 스리랑카 정부군이 타밀일람 해방 호랑이의 지배 지역을 제압하면서 26년 내전이 종결됐다. 내전이 격화된 2007~2009년 7만여 명이 사망했고, 타밀족은 300만 명이 격리·수용돼 폭력, 살인, 강간 등을 겪었다고 알려졌다.

페르난도 교수는 “현재 스리랑카는 완전히 군사화됐고, 평화 활동도 무너진 상태”라며 군사화에 의한 안보를 비난했다. 그는 이를 구약 성경에서 나오는 금송아지에 비유했다.

“모세가 자리를 비웠을 때, 사람들이 금송아지를 만들고 숭배했습니다. 군사화와 안보는 오늘날의 금송아지입니다. 금송아지를 통해 숭배하려는 신은 세계화된 폭력의 독점 체제입니다. 이것이 추구하는 목표는 절대 권력이고, 이를 유지하는 방법이 바로 전쟁이죠. 군사화, 안보화가 추구하는 이념의 핵심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북한 사람들이 만든 모자이크를 보고 참 좋았습니다. 작은 일이지만, 큰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사회라도 이처럼 내부의 역동성이 있는 것입니다.”



긴 호흡과 큰 그림으로

페르난도 교수는 싱할라와 타밀은 남한과 북한처럼 굉장히 깊은 분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색 국면으로 돌아선 남북 관계에 대해선 긴 호흡을 갖고 평화의 여정을 걸어갈 것을 제안했다. 그는 “평화는 하나의 합의 또는 행동으로 결정되는 것 같지 않다”며 “더 큰 그림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큰 그림은 내면에서 나오는 확신, 신앙적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에게서 나오는 확실성이다.

페르난도 교수는 희망을 만들기 위해 다른 공동체와 연결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부가 스리랑카 내전에서 승리했을 때 희망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제가 활동했던 모든 마을이 폭격당했죠.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아일랜드로 망명해 국제 법정을 조직했습니다. 학살 현장의 증인을 모아서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직한 것입니다. 이는 정치적 행위인 동시에 영적인 활동이었고 화해의 활동이기도 했습니다.”

 
평화학 분야에 널리 알려진 주드 페르난도 교수가 16일 경기도 파주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에서 국내 전문가, 청년과 함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고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평화

이어 그는 “제국주의적 평화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하는 것쯤은 괜찮은 것으로 여긴다”며 “제국주의적 평화의 관점을 지향한다는 것은 곧 북한과 타밀, 팔레스타인과 예멘이 소멸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경의 평화는 완전히 다르다”며 “아흔아홉 마리의 양들을 잠시 두고 한 마리의 양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에 가장 가까운 성경의 언어는 ‘샬롬’이라 생각합니다. 전쟁을 준비하고 도발하는 정세 속에서 샬롬에 기초한 평화신학은 큰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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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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