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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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현장에서] 쓰레기 산과 약속의 땅

장은열 (골룸바,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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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은열 선교사



필리핀의 빠야따스는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로 연기 나는 쓰레기 산(스모키 마운틴)으로 불린다. 이곳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다른 지역 사람들이다. 대도시인 마닐라 빈민가에 자리 잡고 살다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삶의 터전을 찾아 이곳에 옮겨와 자리 잡고 살게 된 사람들이다. 내가 그곳에서 만난 가족 중에는 필리핀 남단의 섬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의 끊임 없는 무력 충돌로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내세울 것 없는 학력과 특별한 기술 없이 소작농으로 살던 사람들이었기에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이른 새벽부터 쓰레기장에 올라가 고철이나 플라스틱 등과 같이 수입이 될 만한 것들을 모아 고물상에 팔아 필요한 생필품을 산다. 그들이 하루에 버는 돈은 2000원에서 많게는 6000원 정도다. 이곳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쓰레기를 실어나르는 커다란 덤프트럭으로 인해 온통 먼지로 뒤덮여있다. 또 뜨거운 열기로 인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자연 발화가 발생해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들이 타면서 생기는 오염된 공기, 그리고 영양결핍으로 많은 사람이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말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더럽고 하찮은 쓰레기일 뿐이지만 우리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므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이다. 쓰레기로 인해 목욕하고 새 옷을 갈아입어도 쓰레기 냄새가 배어 있어 외출할 때면 다른 지역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삶의 희망을 갖게 하는 이곳을 그들은 약속의 땅이라고 말한다.

이곳이 약속의 땅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교회의 역할 덕분이다. 빠야따스본당 신부님의 초대로 이곳에서 지역 봉사자와 함께 장애인 사목을 하게 되었다. 본당의 사목 방침과 비전은 사람들에 의한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인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쓰레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하는 공동체 말이다.

가난하지만 나눔과 서로를 향한 돌봄이 있는 곳.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들도 가장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곳이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하느님의 왕국이 아니었나 싶다.



장은열(골룸바,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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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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