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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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부활 제6주일-사랑은 세상에 대한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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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요한 14,15)

사제는 독신입니다. 그래서 힘든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도 둘이 하나 되어 사는 게 더 힘들 걸.” 어느 노사제의 말입니다. 독신생활이나 결혼생활이나 제대로 살려 하면 어렵긴 마찬가집니다. 사실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합니다. 무인도에 산다 해도 따지고 보면 혼자 사는 게 아닙니다. 먹고 쓰고 입고 마시는 것,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고 그럴듯한 좋은 생각이라도 누구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익명의 수많은 이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사는 겁니다. 청구서는 받지 않았지만 갚아야 할 책무입니다. 사회적 책임일 수도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 피조물로서 갚아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주님은 온 인류공동체를 하나로 보시고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갚아야 할 책무를 상기시키십니다.



1. 성자와 성부의 온전한 관여(關與)

심리학자, 스텐버그(Sternberg)는 사랑에는 세 요소가 있다고 합니다. 열정과 친밀감 그리고 관여입니다. 처음 사랑하기 시작할 땐 열정이 치솟고, 시간이 지나면서 친밀감이 높아집니다. 생소하게 여겨지는 요소는 관여(關與) 입니다. 헌신(獻身)이라고 번역하기도 하지만, 관여로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상대방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요구하고 참견하는 겁니다. 헌신을 전제로 한 관여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사랑하라. 그리고 네 맘대로 하라”고 했는데 사랑에는 관여가 뒤따른다는 말로 들립니다. 이 관여는 사랑 초기에는 낮지만, 점차 높아지고 결혼 등을 통해 높아집니다. 부부는 서로의 삶에 깊이 관여하면서 나중엔 닮게 되나 봅니다.

성자와 성부는 서로의 삶에 관여하여 닮다 못해 온전히 하나가 되십니다. 성자는 성부의 염원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성부 역시 당신의 모든 것을 성자에게 넘기십니다. 성자는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는 필립보에게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요한 14,11)라고 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첫마디는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15절)입니다. 사랑한다면 내 말(계명)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상거래 식 요구가 아니라 역시 사랑에 따른 관여(關與)입니다.



2. 예수님 방식의 사랑의 새 계명

사랑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꼭 해야 하는, 그래서 계명입니다. 사실 사랑만큼 흔한 주제는 없습니다. 우리 삶은 온통 이런저런 사랑 얘기입니다. 주님은 이 사랑에 새 계명이라 이름 붙이십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보여준 사랑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요한 13,14)고 말씀하십니다. 이어서 결론처럼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고 하십니다.

이렇게 들립니다. ‘내 사랑에 응답하려거든 내 쪽이 아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고 내 양들을 돌보는 것이다.(요한 21장 참조) 배신자, 원수까지 사랑해야 하고 끝 간 데 없이 사랑해야 한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보여라.’(요한 13,33 참조) 이것이 당신 방식에 따른 새로운 사랑의 계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의 시작은 감미로울 수 있으나 마무리는 쉽지 않습니다. 사랑은 그 속성상 고통을 감내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언제까지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랑의 마무리라면 마무리입니다.

새 계명, 사랑을 위해 주님은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성령께선 우리를 성부와 성자의 사랑의 세계로 접속(access)시켜 줍니다. 주님의 말씀을 깨닫게 해주시고 주님의 그 사랑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삼위일체 사랑의 그 신비로 온 세상을 덮고자 하십니다. 성령은 진리의 영이요 깨달음의 영입니다. 또 다른 보호자 하느님이십니다. 그날,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또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요한 14,20)

그날은 바로 성령이 임하는 그날입니다. “오소서 성령이시여! 주님의 그 사랑에 접속되어 끝 간데없는 사랑으로 나아가 사랑의 책무를 다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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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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