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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하느님의 신비, 그 신비 담은 인간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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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루블로프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오늘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성부에게서 파견되고 사람이 되어 우리에게 오신 성자의 수난과 부활을 기억하고 기념하였고, 오순절에 성부와 성자에게서 파견되신 성령의 강림 사건으로 전례력상 부활 시기를 마쳤습니다. 신학적으로는 이로써 하느님의 세 위격이 다 계시되었기에,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주일에 교회는 삼위일체 대축일을 경축합니다.

‘위격이 다른 세 분이 같은 하느님 한 분’이시라는 삼위일체 교리는 우리로서는 이해 불가능한 ‘신비’입니다. 이 신비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철학적, 신학적 개념들이 동원됩니다. ‘위격’(persona)과 ‘본질’(natura, essentia, substantia)이라는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용어를 동원하여 학문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비유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 어떠한 설명도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절대 신비’이고 ‘지고의 신비’입니다.

이해불가능한 신비인 ‘삼위일체의 신비’는 그저 신학자들의 관념적, 학문적 대상이 아니라 실은 우리 모두에게 깊이 연관되어 있는 신비입니다. 왜냐하면, 교회가 바로 이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육화하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지상의 존재이긴 하지만, 순전히 지상적인 존재인 것만은 아닙니다. “교회는 성삼위로부터 오고 성삼위의 모상에 따라 구성되고 역사의 삼위일체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위로부터 형성되어 위에서 오고(oriens ex alto), 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가르침 역시 삼위일체 신비가 우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피부로 닿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이 삼위일체 신비가 우리 인간 존재의 신비와 연결되어 있음을 묵상하고 싶습니다.

우리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존재입니다. 하느님께서 삼위일체의 깊은 신비를 지니신 분이시기에, 하느님을 우리가 온통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런 하느님의 깊은 신비를 닮아 창조된 인간이기에, 실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역시 ‘존재의 신비’를 품고 있고, 하느님의 깊은 신비를 담고 있는 ‘신비의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국적이나 피부색, 재력, 능력, 건강이나 사회적 지위 등등과 무관하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있는 그대로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존재’이고 그 안에 ‘하느님을 담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신비 중의 신비인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으며, 지엄하신 하느님의 신비 속에 잠기는 거룩한 시간을 보내면서, 그 깊은 하느님의 신비를 품고 있는 우리 인간 존재의 존엄함을 묵상해 보는 시간도 가져 봅시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그래서 때로는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가족과 이웃 한 분 한 분이 실은 하느님의 이 깊은 신비를 담고 있는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임을 깊이 묵상해 보는 한 주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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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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