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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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하지 말 것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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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

1998년 안식년 땐 남쪽을 미친사람처럼 여기저기 걸어 다녔고, 2009년엔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 소망은 한반도 북쪽을 걸어서 백두산 천지에 발을 담그는 것입니다. 요즘 같으면 어림없는 꿈처럼 보입니다.

오늘은 6·25 전쟁이 일어난 날입니다. 골육상잔의 가슴 아픈 날입니다. 지금은 대화가 끊긴 지 오래고 신뢰도 바닥입니다. 무슨 화해요, 일치요, 통일인가 싶습니다. 로켓 쏘아 올리고, 로켓 쏜다고 군사훈련 강화하고 서로 위협적으로 으르릉댑니다. 다른 나라와 무슨 동맹이다, 선언이다, 협정이다 하지만, 평화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싶습니다. 당사자들이 대화하지 않는다면 불안과 두려움만 가중될 것입니다.

1. 오늘 복음의 앞 단락에서, 주님은 잘못한 형제에게 여러 번 타이르고 충고해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기라 하십니다.(마태 20,17 참조) 주님의 이 말씀은 그 형제를 무시하고 단죄하라는 얘기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주님은 세리 마태오를 사도로 삼으셨고, 이민족이라면 더욱 보살펴야 할 구원의 대상으로 여기셨습니다. 다만 지금은 충고나 어떤 시도 등을 멈추라는 겁니다. 화해를 원한다면 상대가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예지(叡智)는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북의 관계에도 이를 적용해봅니다. 대화가 안 되면 일단은 멈추는 것입니다. 말을 아껴야 합니다. 우리를 돌아보고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는 겁니다. 성찰과 경청입니다. 왜 신뢰가 깨졌는가? 대화의 걸림돌이 무엇인가? 우리는 정말 화해할 마음이 있는가? 분단 상황을 정권 강화나 자신들의 기득권 강화에 유리하게 이용하는 이들이 있는 겁니다. 남·북 모두 마찬가집니다. 이제는 청소년 가운데 절반 이상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왜 북은 핵에 목을 매는가? 적화통일이 정말 그들이 원하는 것인가? 북의 경제력은 우리의 사백분의 일 정도라고 합니다. 경제력이 바로 전쟁 수행 능력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모든 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북의 입장입니다. 핵무장(전쟁 무기)을 생존 카드로 자신들의 삶을 확실히 보장받고 싶은 북의 심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인간관계에서도 형제끼리 불목하고 원수처럼 지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해결책으로 거듭 용서를 말씀하십니다. 같은 민족끼리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일치나 통일을 얘기할 때 힘이 약한 쪽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합시다. 힘 있는 쪽이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겁니다. 상대 존재를 인정해주고 가시 돋친 말을 삼갑니다. 오히려 서로 닮은 것을 말하고 동질감을 확인하며 기뻐합니다. 안보라는 말보다 평화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국제적인 제재(制裁)가 진행 중이라도 인도적인 지원은 아끼지 않습니다. 서로 왕래하고 경제 협력이 될 때 우리도 득이 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입장에 설 때 대화가 잘 될 것입니다.

권력자들은 안보 제일주의를 내세웁니다. 압도적 군사력 등 전쟁 준비 운운합니다. 자신들이 뭔가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나 봅니다. 어떤 이는 전쟁이 나서 상대국은 다 죽고 우리가 한 명이라도 살아남는다면 우리가 이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전쟁은 전쟁 게임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총포가 아니라 따뜻한 형제애입니다. 정치인은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누구와도 마주 앉을 수 있는 용기입니다. 온유한 마음은 상대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상대가 위협적으로 나온다 해도 놀랄 필요 없습니다. 원래 두려움 많은 개가 사납게 짖어대는 법입니다.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다면 철책을 거두고 손을 맞잡을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일치의 성령께서 조만간에 북쪽을 걸어올라 백두산 천지에 발을 담그게 해 주실지.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민족의 화해를 위해 기도합시다. 무엇보다 용기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길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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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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