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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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준비

[박진리 수녀의 아름다운 노년 생활] (26) 마지막 준비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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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준비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1년의 준비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 열 달 동안 엄마는 품에 안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면서 좋은 음악을 듣는 등 태교에 힘씁니다. 그러다가 새 생명이 태어나면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고 백일과 돌을 기억하며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도 준비를 하며 축하해주는데, 생애 한번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준비는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수많은 사례를 접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부모 마음과 자식 마음이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재산이 많든 적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들에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여 구차한 죽음을 맞이하시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평생 아껴서 모은 재산을 부모처럼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식들에게 물려줬지만, 오히려 형제들 간의 싸움을 불러오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마음을 헤아려보는 자식은 없고, 서로 더 받지 못한 것에 서운함을 느껴 부모를 원망하기도, 형제간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전부 주었는데 자식들은 항상 부족하게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살고 있던 집마저 자식에게 넘겨준 부모는 노년에 거처할 집이 없어 결국 방임으로 신고되고, 자식들에게 연락하면 서로 모시지 않으려고 밀어내다가 연락을 끊어버려 학대전용 쉼터에서 지냅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살아갈 날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인생을 어떻게 잘 정리하고 준비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 또한 적지 않을 것입니다. 신앙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이 세상 너머에 영원한 생명이 있고, 아버지를 만나 뵐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판단력이 흐려지기 전에 충분히 숙고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노년이 편안하고 행복하려면 조금은 이기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마음은 나누되 물질은 서로 기대하지 않도록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 둡니다. 일찍부터 ‘내 것이 모두 너의 것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부모가 능력이 없을 때 빨리 돌아가셔야 재산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식들은 좋은 것이 있으면 부모를 생각하기보다는 본인들을 위해 먼저 사용합니다. 좋은 것을 자식들에게 양보하다 보면 부모는 항상 두 번째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들도 스스로를 첫 번째에 놓아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행을 하고 싶거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떠날 준비를 하도록 합니다. 여행은 가슴 떨릴 때 하는 것이지 다리가 떨리면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가족을 넘어 주변 사람들과 나눔을 실천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나눔은 크고 작음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열린 마음과 작은 미소로도 감동을 주고받기에 충분할 수 있습니다.

부양을 이유로 일찍 자녀들에게 재산을 넘기지 않도록 합니다. 노년에는 수입은 없고 의료비, 돌봄 등 지출이 많기 때문에 물질적인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죽은 뒤 제사를 호화롭게 지내주길 바라지 말고 살아생전 덕과 신앙을 전수해 주어 자녀들이 참으로 가치 있게 살도록 이끄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모가 떠난 뒤 위기가 닥쳐올 때 신앙으로 극복하며 값진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신앙의 유산을 남겨주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 순간 연명치료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될 때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의미가 없는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미리 밝혀두고 의향서를 작성해 둡니다. 유언서는 언제 어느 때 주님이 불러 가시더라도 미련이 남지 않도록 미리 작성합니다. 물려줄 재산이 없다면 생애에 고마웠던 일, 감사했던 일, 바람 등을 형식에 매이지 않고 적으시면 됩니다. 혹여 물려줄 재산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것을 줄 것인지 명확하게 기록하고 공증을 받아놨을 때 효력이 발생됩니다.

마지막 준비는 노년기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준비입니다. 주님께서는 언제 어느 때 우리를 부르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노년의 삶은 채워진 마음을 내려놓고 비워내어 그 빈자리에 주님을 모시고 그분께서 부르실 때 언제든지 자유롭게 떠날 준비를 갖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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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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