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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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덤불을 걷어내면 모두가 좋은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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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다.”(마태 13,8)


저는 한강 변 평화공원 너른 들판을 거의 매일 걷습니다. 길옆에 조성된 잔디밭이 있고 거친 들판이 있습니다. 잔디밭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기는 하나 생물들에겐 민둥산과 같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거친 들판은 온갖 풀들이 무성히 자랍니다. 많은 생명에게 보금자리요 양식이 됩니다.

성경의 배경이 되는 팔레스티나 지역은 척박한 땅이 대부분입니다. 가시덤불과 돌들이 많아 농사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우리처럼 땅을 갈고 흙을 고르고 고랑을 내고 씨를 조심스럽게 넣을 수 있는 땅이 아닙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농부는 활기찬 걸음걸이로 과감히 씨앗을 투척합니다. 종자를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용기 있는 투척입니다. 가히 하늘나라 비유가 될만합니다.



1. 하느님은 통 크신 농부

하느님은 창조 엿샛날, 모든 풀과 씨 있는 과일나무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통 큰 하느님을 관상하셨을까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다” 하십니다. 하느님은 최초의 농부이십니다. 하늘에서 비를 내리시듯 씨를 뿌리셨을 것 같습니다. 될 성싶은 땅에만 뿌리지 않습니다.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등 모든 곳에 뿌리십니다. 옛 우리 조상들도 넉넉합니다. 파종 때, 하나를 얻기 위해서 씨 세 개를 심습니다. 하나는 새들 먹이, 하나는 벌레 먹이 나머지 하나를 키워, 양식으로 먹습니다.

좋은 땅이면 좋겠지만, 외적 조건이 열악해도 농부이신 하느님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은 모두에게 내려집니다. 돌밭이든 길바닥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보도블록, 돌 틈, 시멘트 구멍 사이에 흙이 조금만 묻어있어도 싹은 나옵니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경탄스럽습니다. 열악한 환경일수록 강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등산길에 만나는 늠름하고 멋진 낙락장송은 하나같이 바위틈을 뚫고 서 있습니다.



2. 어떻게 좋은 땅이 될 것인가?

어떤 땅이 좋은 땅일까요? 어쨌든 결실을 내는 땅이 좋은 땅입니다. 말씀 하나하나를 귀하게 받아들이는 땅입니다. 주님은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고 깨달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씨앗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일까요? 어떻게 마음의 밭을 가꾸어야 할까요? 씨앗은 땅의 입장에선 낯선 존재입니다. 그러나 곁을 내주고 자리를 잡게 합니다. 양분과 수분을 제공합니다. 몸을 풀어야 하는 여인인 양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이 모든 돌봄 과정은 땅속 어둠에서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성급하게 결과를 확인하려는 유혹과 싸워야 합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채근하면 안 됩니다. 자꾸 들추면 이내 타 죽고 맙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요인은 대부분 외적 환경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땅입니다. 다만 스스로 가시덤불을 뒤집어쓰는 게 문제입니다.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으로 숨을 막아 버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한강 공원의 너른 들판엔 평화롭게 온갖 풀이 자라고 꽃들이 피고 열매 맺습니다. 세상 걱정과 재물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길을 교종의 말씀에서 찾아봅니다.

“마음을 열어 말씀을 들을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말씀이 자기 삶에 와닿지 못하게 한다면 … 그 말씀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내지 않는다면 그는 분명히 거짓 예언자, 사기꾼, 협잡꾼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151항) 말씀을 선포하는 강론자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만 모든 신앙인에게도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말씀을 품어도 좋고, 말씀 앞에 서도 좋고, 언제나 말씀에 노출이 되는 우리 삶이면 좋겠습니다.

말씀이신 주님! 하나의 씨앗에도 하늘나라의 신비가 들어있음을 믿습니다. 말씀의 씨앗이 제 안에 꿈틀거릴 때 곁을 내어주겠습니다. 몸을 풀도록 허용하겠습니다. 척박한 제 안에도 당신의 생명이 열매를 맺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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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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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10장 8절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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