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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의 발전 Ⅱ

[한창현 신부의 모두의 시노드] (4) 그리스도교 공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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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정신의 핵심은 형제적 친교와 단체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말씀과 행적 안에서 그 뿌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제자들과 함께 활동하셨고, 예수님을 통해 제자들은 하느님 아버지께로 가는 삶의 방식을 배웠습니다. 친교는 예수님을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을 체험한 하느님 백성들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일치에 도달하는 여정입니다. 단체성은 이러한 친교가 개별 교회 차원을 넘어 그리스도의 유일한 보편 교회의 친교를 이루는 것입니다.

2세기 말엽부터 이웃한 주교들이나 일정 지역 주교들이 모여서 지역 단위의 시노드를 시작하였습니다. 시노드를 통해 주교들은 사도 전승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사안이나 주교들이 개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벅찬 문제들 함께 고민하였습니다. 시노드의 결정사항들은 친교와 단체성 차원에서 다른 주요 교회에 전달되었습니다. 사도 시대에서 멀어지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시노드를 통해 신앙과 교회생활의 올바른 길을 확인하고자 하였으며, 다른 교회와의 교류를 통해 모든 교회 구성원이 믿음과 삶에서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기를 희망하였습니다.

이러한 시노드 정신은 313년 밀라노 칙령을 통해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869년 제4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이전까지 황제에 의해 소집된 공의회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시기에 개최된 공의회들은 교회 내에 발생하는 대립을 조기에 봉합하고, 획일적인 신앙의 기조를 마련하여 제국의 평화를 도모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황제들에게는 시노드의 근본정신은 애초에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대표적으로 325년에 보편 교회 차원에서 공의회를 최초로 소집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공의회를 황제의 자문회의라고 이해하였습니다. 황제는 자신이 소집한 니케아 공의회를 통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게다가 황제는 만장일치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는 주교들을 추방하고 공의회 자체를 좌지우지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의회 참석자들 사이에 파당이 형성되었고, 황제 중심의 제국주의적 공의회가 거듭되면서 친교와 단체성이라는 시노드의 정신은 점점 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사도 시대와 초대 교회의 시노드는 성서에 직접적으로 의존하여 힘과 근거를 얻고 현실에서 마주하는 신앙의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친교와 단체성의 시노드 정신을 구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이후 공의회는 신학적 투쟁의 장이 되었습니다. 공의회와는 별개로 개별 지역 차원에서 시노드들이 열렸지만, 시노드의 주된 관심사는 공의회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신학적 주제들이었습니다. 시노드가 앞선 공의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매이게 되면서, 6세기 이후에는 시노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시노드를 포기하는 국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국주의적 공의회 시기 동안 시노드 정신이 쇠퇴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첫 예루살렘 사도 공의회가 가졌던 역동성과 예수님의 여정에 주목하게 됩니다. 안티오키아 공동체의 바오로 사도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사도들과 원로들이 한 번에 의견 차이를 극복한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과 함께 걸었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서로 자기가 높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싸웠습니다. 어찌 보면 교회 역사 안에서 펼쳐진 시노드의 여정은 그 자체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삶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시노드와 관련된 논의는 신앙인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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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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